경기 양평지역 주민들이 최근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개 1,200여 마리가 사체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주민집회를 열고 피의자의 강력한 처벌과 무분별한 반려동물 번식장 규제를 요구했다.
양평 개 집단학살사건 주민대책위원회(양평대책위)는 10일 오전 양평군청 앞에서 '동물학대 근절을 위한 번식장 전수조사 촉구 주민집회'를 개최했다. 양평대책위는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양평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역대 최악의 반려동물 학살로 규정한다"며 "피의자의 범죄 행위는 물론 피의자에게 동물을 넘긴 번식업자 등 공범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궁극적 책임은 반려동물 생산판매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다"며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쓸모없어진' 동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조사한 뒤 이 같은 동물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를 조직한 김성호 양평대책위 공동 대표는 "정부는 2018년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했지만 제도만 바뀌고 예산과 단속 인력 등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오늘과 같은 참사가 터졌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무분별한 번식장을 강력하게 규제해 돈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집회에 참여한 동물권행동 카라 고현선 활동가는 "번식장이 존재하고 펫숍에서 개가 팔리는 한 우리는 이 비참한 소식을 계속 들어야 할 것"이라며 "관련 법이 있고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하지만 허술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1200마리 개 사체 사건... 동물 사고파는 한 잔인한 번식 계속된다)
양평동물보호모임 개와 고양이를 생각하는 사람들(개고생)을 이끄는 김하율 대표도 "진열장에 놓인 동물뿐만 아니라 판매되지 않는 동물까지 모두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양평군청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녹색당 양평군 지회 정영숙씨는 "펫숍의 이면엔 '잉여동물'을 처리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제발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개고생을 포함해 지역주민 30여 명을 비롯해 여현정∙최영보 양평군의원, 영화배우 이용녀씨, 여주·양평 정의당, 양평 녹색당 지부 회원, 카라 등이 함께했다.
한편 양평경찰서는 8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현장에 있던 개 사체는 양평군에서 1,100만 원을 들여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