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달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상품수지가 대규모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해외 여행객 등 출국자 수 증가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결과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 경상수지가 45억2,000만 달러(약 5조9,66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배당소득수지 증가 등으로 어렵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적자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보다도 적자폭이 크다.
경상수지를 끌어내린 건 상품수지 적자였다. 1월 상품수지는 1년 전보다 90억 달러 급감한 7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와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적자다. 월간 흐름을 보면 지난해 10월(-9억5,000만 달러)부터 4개월째 적자 행진 중인데, 이 역시 1996~1997년 1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 나타나는 흐름이다.
이동원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상품수지 적자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 수출은 4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3억8,000만 달러 줄어 5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반도체(-43.4%)와 철강제품(-24%)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고,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 미국(-6%) 등 대부분 지역에서 위축된 모습이었다.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도 32억7,0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1월보다 적자폭이 24억4,000만 달러 확대됐다. 특히 해외여행 본격 재개로 여행수지(-14억9,000만 달러) 적자 규모가 1년 사이 9억4,000만 달러 불어났다. 수출 화물 운임이 하락하면서 운송수지(+1억2,000만 달러) 흑자폭은 17억7,000만 달러 쪼그라들었다.
투자소득 등을 집계한 본원소득수지(+63억8,000만 달러)가 전월에 이어 흑자폭을 키우면서 그마나 완충 효과를 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56억6,000만 달러)가 1년 전보다 45억5,000만 달러나 늘었다. 그럼에도 전체 경상수지 적자 전환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부장은 “2월 상품수지가 흑자가 나지는 않겠지만 균형(0)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260억 달러 흑자가 전망되는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관 기준 2월 수출에서 2차전지와 승용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플러스(+) 전환했고, 수입 측면에서도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줄기 때문에 1월보다 숨통이 트일 것이란 얘기다. 중국 노동절 연휴가 있는 4월 말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 여행수지 적자 폭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상품 수출이 4% 감소하고, 경상수지는 44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장은 “대외여건이 워낙 불확실해 월별 경상수지 규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주요 지표 흐름을 보면 아직은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