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탈출은 지능순이래"···한밤중 12년 학폭 가해자의 전화 협박

입력
2023.03.09 13:40
피해자 8년 만에 법적 대응 나서자
"의령 사람은 다 내 친구들"
가해자, 목격자 진술서 입수해 협박


“경남 의령군 친구들은 나이만 같으면 다 내 친구인데, 네가 드라마(‘더 글로리’)를 보고 ‘선’을 넘었다는 말이 많네. 안타까워서 ‘마지막’으로 해주는 말이야."

12년간 학교폭력(학폭)을 저지른 가해자가 뒤늦게나마 법적 대응을 결심한 피해자에게 남긴 말이다.

학폭 피해자라고 밝힌 표예림(28)씨는 지난 8일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학교 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건의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표씨가 학폭 가해자라고 지목한 A씨와 13분 46초간 통화한 내용이 담겼다.

한밤중 전화를 걸어온 A씨는 사과는커녕 표씨 행동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A씨가 문제 삼은 건, 8년 만에 법적 대응에 나선 표씨를 돕기 위해 당시 같은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이 A씨 학폭 행위를 증언해준 ‘학교 폭력 목격자 진술서’였다.

A씨는 최근 이 진술서를 자신이 입수했다며, ‘진술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어길 시 어떠한 민·형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미에 적힌 문구를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면서 “이걸 안 지키면 네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거지?”라고 표씨에게 여러 차례 물었다.

표씨가 해당 문구는 진술자들의 신원이 알려져 진술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A씨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반박하자 “피해를 본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는 나중에 봐야 한다”, “이게 새어나가서 익명성을 보장 못 받은 사람들이 있네? 어떡하지?”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의령군 여론’까지 거론했다. A씨는 “네가 드라마(‘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보고 선이 넘는다는 말이 많다”며 “의령 친구들은 다 나이만 똑같으면 (내) 친구들이다. 마지막으로 네가 안타까워서 해주는 말”이라고도 했다.

표씨는 “내일 출근해야 한다. 통화하기에는 시간이 늦었다”고 여러 차례 호소한 끝에야 통화를 마칠 수 있었다. A씨가 남긴 마지막 말은 “예림아, 불행 탈출은 지능순이래”였다. 표씨에 따르면 A씨는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씨가 해당 진술서를 토대로 고소 등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분석한다. 학교 폭력 전문 노윤호 변호사(법무법인 사월)는 “해당 문구는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합의서에 있는 문구가 아닌 데다, 진술서를 쓴 사람들의 익명성에 대한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폭 가해자인 A씨가 문제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표씨는 2일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자신이 당했던 학폭 사실을 고백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A씨 등은 표씨 머리를 화장실 변기에 처넣거나, 샤프심으로 몸을 찔렀다. 책상을 세게 걷어차거나 운동화에 몰래 압정을 넣어두는 일도 많았다. “가까이 가면 바이러스 옮는다”며 표씨와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을 차단하기도 했다.

표씨는 최근 특수상해죄 혐의 등으로 A씨를 고소하는 한편,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학교폭력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는 조항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7일 게재된 이 청원은 9일 오후 1시 35분 기준 2,245명의 동의를 얻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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