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MZ세대 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그동안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여유 있을 때 푹 쉬는 근무 방식'을 MZ세대가 선호한다는 이유로 '주 52시간제'의 유연화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정작 MZ세대 노조들도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반대한 것이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9일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관한 의견문'을 통해 "(이번 개편안은) 근로조건 최저기준 향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에 역행·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공휴일이 많은데도 평균 근로시간이 긴 이유는 연장근로 상한이 높고 연장근로를 자주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주 52시간제로 기대했던 취지의 안착도 이뤄지지 않아, (개편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견문은 협의회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놓은 것이라고 협의회는 설명했다.
MZ노조의 반응은 그간 정부·여당이 해온 주장과 결이 다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일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청년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해당 개편안을) 2030 청년층 같은 경우 다들 좋아한다"고 언급했었다.
협의회는 '주 69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연장근로 산정단위 확대가 이뤄지면,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거라 우려한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기존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1년 등으로 바꾸려면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하는데, 개별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근로조건이 자율적 의사에 반해 집단적 의사결정으로 저하될 수 있다"면서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설정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개별적 근로관계 법제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개편안 발표 당시 정책 성공 조건으로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MZ세대는 권리의식이 굉장히 높아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연장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작 당사자인 MZ세대는 연장근무를 놓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 대등한 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30대 직장인 A씨는 "프로젝트 날짜가 가까워질 때부터 3~5시간씩 자며 일했지만, 종료 후 연차는 두 달간 이틀 썼다"며 "바쁜 일이 또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는 데다, 또 연장근로 해야 한다고 하면 아무리 MZ라도 어떤 직장인이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반발이 커지자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고용부 출입기자들에게 "주 52시간제의 지향점을 깨는 게 아니라 실근로시간 단축이 목표"라며 "주 평균 근로시간을 잘 관리하고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가 많이 없어지고 생산성도 굉장히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