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넘게 공전' 이태원 참사 특별법… 민주, 강행 처리 시사

입력
2023.03.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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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진상조사 기구 설치 골자
"국민의힘 비협조 시 야당과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유족 측의 요구가 반영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와 피해자 권리 보장을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일 경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단독 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가 종료된 지 50일이 지났음에도 후속 입법이 공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제 국회도 특별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여야를 떠나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무한책임을 진 만큼 전향적인 자세로 법안 협상에 임해달라"고 덧붙였다.

남인순 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장은 "국정조사를 했지만 기간이 짧았고 국민의힘에서 제대로 된 회의 운영을 해주지 않아 많은 부분이 미흡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 조사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이 나와야 후속 입법이 가능하다. 국회에서도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국정조사 당시 다루지 못했던 의혹들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적 진상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유족 측은 이를 포함한 초안을 마련해 이날 민주당에 전달했고,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성안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유족 측 요구에 따라 피해자 배·보상은 피해자 권리로만 언급됐다.

민주당은 우선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을 추진하되, 국민의힘이 끝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야권 단독으로라도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태원참사수습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뒤 "국민의힘의 거부 의사가 명확해지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른 야당과 함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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