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해법" 외치며 촛불 든 시민들… 을사오적 빗댄 항의 퍼포먼스

입력
2023.03.06 21:49
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시민들 촛불
'을사오적' 빗대 '계묘5적' 퍼포먼스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하라."

"피해자 무시하는 졸속 협상 규탄한다."

6일 오후 8시 20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동편. 민족문제연구소, 정의기억연대 등 611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이완용 등 '을사오적'의 사진과 이름이 표시된 명단 아래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측 관계자의 사진을 붙이고 '강제동원 계묘5적'이란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날 정부가 공식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이 올해 '계묘년(癸卯年)'에 이뤄진 친일행위나 다름없다는 의미였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이날 저녁 진행한 긴급 촛불집회엔 시민 15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과거사 대책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일부 참가자는 "윤석열 탄핵" 등의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외교 실패라는 점을 재차 규탄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정부는 국격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짓밟으며 식민 지배는 불법이라는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며 "이는 배상을 요구하는 오히려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본 측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에 맞서 싸워온 피해자를 무시한 채 한일관계 개선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부분도 꼬집었다. 안재범 진보당 자주통일위원장은 "정부는 손 놓고 방관하다 오히려 가해자 손을 들어줬다"며 "과거사는 외면한 채 개선에만 매몰된 해법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정부는 70년 넘는 세월 동안 당사자들이 흘려온 피눈물을 그대로 갖다 바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위원장이 "이게 나라냐"고 묻자, 시민들은 "아니요"라며 한 목소리로 답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규탄 행동에 이어서 7일 국회 앞에서 비상 시국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도 함께한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