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보이콧으로 대응?... 국회 "사실상 어렵다" [팩트파인더]

입력
2023.03.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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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서 '이탈표 단속' 위해 표결 보이콧 제안
문재인·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서도 보이콧 활용
체포동의안은 특별조항 탓 투표 불성립 어려워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이콧하자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이콧을 통해 표결 성립 자체를 무산시킴으로써 지난번처럼 무기명 투표 방식에 기댄 '무더기 이탈'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국회법에 따르면, 이러한 변칙 시도는 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보이콧 목소리... 이탈표 단속 속내

표결 보이콧은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를 거부해 국회 본회의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를 미달시켜 투표가 성립되지 못하도록 만들자는 구상이다. 국회 과반인 민주당 의석수(169명)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미 3선 김민석, 초선 김용민 의원 등이 '표결 보이콧' 방안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민주당 온라인 당원 청원시스템에도 이 같은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일주일 만에 3만 명 넘는 동의를 받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 의원총회에서 '투표 보이콧'을 당론으로 정할 경우, 누가 당론을 깨고 표결에 참석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회의원 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당론이 아니라 본인의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정한 헌법에 어긋나는 발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文·朴 정부서 '법안 표결'엔 보이콧 전례

국회 본회의에서도 표결 보이콧 전략이 활용된 전례는 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표결이었다. 지난 2018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118명)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투표 성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개헌안은 2020년 5월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015년에도 박근혜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막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등 주도로 추진됐던 국회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실시된 재의안 표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표결 보이콧에 나서며 투표 불성립으로 흐지부지됐다.


체포동의안은 '표결 불성립' 전략 어려워

체포동의안은 이와 달리 표결 보이콧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게 국회 해석이다. 체포동의안은 다른 안건과 달리 국회법에 '(본회의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아니한 경우 그 이후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은 표결 보이콧을 통해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가결이나 부결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음 본회의에 계속 상정된다는 게 국회 해석이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말까지 모든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때마다 보이콧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이런 국회 해석을 수긍한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6일 본보 통화에서 "체포동의안은 투표 불성립 시에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지도부도 알고 있다"면서 "다만 검찰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알 수 없어 (보이콧 여부는)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