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맞선 '2인자' 리커창 지우기··· 고별 영상마저 검열·삭제

입력
2023.03.05 19:00
고별 투어서 따뜻한 환대받고 경제개혁 강조
영상 올라오자 삭제..."시진핑 정부, 견제 여전"
코로나 '팬데믹' 인정·국가 빈곤 정책에 직언도

마지막까지도 '리커창 지우기'가 계속되는 것일까. 5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퇴임하는 중국의 '2인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여러 정부 부처를 돌며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당국 검열을 받아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 고별 투어 영상, 온라인 오를 때마다 삭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퇴임을 앞둔 리 총리의 '정부 부처 고별 투어' 영상이 지난주부터 인터넷상에서 대거 검열·삭제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대부분의 영상은 이를 피하기 위해 ‘만리방화벽(중국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 밖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해당 영상들엔 리 총리가 그의 직속인 국무원 직원들, 과거 감독했던 여러 경제기관의 관리들로부터 따뜻한 환대 및 작별 인사를 받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리 총리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찾은 영상에서 "중국 경제개혁이 여전히 포괄적으로 촉진될 필요가 있다"며 "최우선 순위는 발전, 기본적 동력은 개혁으로 전부 여러분한테 달렸다"고 말했다.

조만간 2인자 자리에서 내려오긴 하지만, 리 총리에 대한 공산당 내부 평판은 여전히 양호하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SCMP에 "(고별 투어)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많은 이들이 리 총리에게 작별을 고하려고 모였고, 모두 이별을 원치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절대 권력' 시진핑에 직언...'리커창 지우기' 수모도

리 총리는 중국의 '절대 권력'인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맞선 극소수 인사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리 총리는 시 주석에게 맞서 ‘오기’를 부리기도 했다"며 몇몇 일화를 소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가 대표적이다. 2020년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퍼진 초기,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중난산 박사가 TV에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된다"고 밝혔는데, 이는 리 총리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리 총리가 줄곧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당국을 제치고 팬데믹 시작을 알렸다며 "진실 추구는 그의 정치 신념"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해 경제 정책에서도 시 주석과 대립했다. 시 주석이 '탈빈곤사회' 구현을 외치자, 리 총리는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아직 1000위안(약 19만 원)"이라며 현실론을 제기했다. 공허한 구호를 '팩트'로 지적한 셈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결국 '리커창 지우기'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시진핑 3기' 지도부가 '품질강국 건설 요강'이라는 새 경제 정책을 발표한 건 그동안의 '리커창표 정책'을 덮기 위한 시도라고 전했다. 리 총리의 고별 투어 영상 삭제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리 총리는 경제개혁 수장의 적임자로 주목받으며 2013년 국무원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은 시 주석의 권력 확대와 맞물려 재임 기간 내내 미미했다고 SCMP는 평했다. 리 총리의 후임은 당 서열 2위인 리창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