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다(戸田)시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찔러 체포된 남자 고교생(17)이 “평소 ‘묻지마’ 살인을 동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바로 이틀 후인 3일, 동급생에게 식칼을 휘둘러 붙잡힌 히로시마시의 한 중학생(13)도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주로 거리나 전철 등 공공장소에서 종종 발생하는 ‘묻지마 살상 사건’이 이제는 학교에서도 잇따라 발생하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본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NHK와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이타마현에서 체포된 고교생 A군은 경찰에 “누구라도 좋으니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중학교에 침입한 이유에 대해선 “학교라면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학교 문이 잠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 지역의 학교는 ‘지역사회에 열린 학교’를 지향하고 있어 낮 시간대 교문 열쇠를 잠그지 않고 있으며, 경비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4교시 수업 시간대였던 오후 12시 20분쯤. 마침 학교에선 기말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A군은 정문으로 걸어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간 뒤, 28명의 학생이 시험을 보고 있던 한 교실 문으로 들어섰다. 당시 시험 감독을 하고 있던 60세의 남성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른 쪽으로 대피하라고 한 뒤, A군을 복도로 밀어 제지했다. 이 교사는 다른 교사 3명과 함께 A군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으나, 팔을 비롯한 상체 여러 곳을 흉기에 찔려 전치 수개월의 큰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학생들은 모두 무사했지만 큰 충격을 받았다. 사건 다음 날 학교에 오지 못하고 결석한 학생들도 있었다. 시 교육위원회는 카운슬러와 심리상담사를 배치해 당시 교내에 있던 1, 2학년생 전원(약 180명)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된 A군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여러 개의 칼을 소지하고 있던 게 발각됐다. 경찰 수사에서 그는 “평소 묻지마 살인을 동경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사람을 죽여 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잔혹한 동영상을 보면서 (이런 감정이) 점점 더 격해졌다”고도 말해, 경찰은 태블릿PC 등을 압수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추가 범행 가능성도 있다. 도다시와 인접한 사이타마시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학교나 공원 등에서 토막 난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A군은 이 사건에도 자신이 연루됐다고 진술하고 있어, 경찰이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각지 학교에서는 수상한 사람의 교내 침입을 막기 위해 정문 잠금장치 및 비상시를 대비한 방범장치 설치 등 대책을 재차 점검하고 있다. 다카다 나오요시 사이타마현 교육장(교육감)은 “학교의 안전관리 체제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현 경찰과 연계해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