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기 이천시에서 벌어졌던 ‘강아지 성 학대 사건’. 한 20대 남성이 수족관에 묶여 있던 3개월령 강아지의 항문에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고 삽입을 시도하는 학대 행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강아지는 이 사건으로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동물보호법에서 학대로 규정한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인정했다. 강아지는 사건 이후 영구적인 배변 장애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자에 대한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달 만에 2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답변에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학대 유형에 따라 처벌을 달리해야 하며, 동물학대를 저지른 개인이 동물이 키우지 못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물보호법은 성 학대를 동물학대 유형으로 규정하지도, 학대 행위자의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지도 않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동물보호법 최대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지만, 처벌 기준이 강화되었다고 해서 동물들이 유사한 피해로부터 안전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 밖에 내기에 불편한 주제이지만, 동물과의 성적 접촉은 긴 시간 동안 인류사에 존재해 왔으며 동물 성 학대 사건 역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1년 소동물 임상 저널(The 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영국에서 ‘사고로 기인하지 않은 동물 상해’ 448건에 대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6%가 성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성 학대는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8년 경북 봉화군에서 한 남성이 컨테이너 사무실 마당에 묶여 있던 암컷 진돗개의 신체 부위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해 죽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 공동 발간한 ‘동물학대 판례 평석’에 따르면 2015년에는 타인이 기르는 골든 리트리버 품종 개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손으로 성기를 문질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고, 2017년에는 개집에 묶여 있는 풍산개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어 찢어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에는 타인 소유의 암소의 생식기에 손과 성기를 집어넣는 방법으로 학대한 사람이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이러한 사건들은 공공장소에서 발생했거나, 학대당한 동물이 타인의 소유였기에 적발과 처벌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학대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에는 발견조차 하기 어렵다.
동물 성 학대는 사람,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천 성 학대 사건의 범인은 범행 며칠 전 외국인을 성추행해 동물보호법 위반과 강제추행죄를 함께 적용받았다. 2018년 봉화 사건 학대자 역시 동물학대 외에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0개월과 벌금 30만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처분을 받았다. 2002년 미국에서 청소년 범죄자 38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6%가 동물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95%가 사람에 대한 성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성 학대를 동물학대의 유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성학대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신체적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동물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를 금지하는 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동물 성범죄는 재범 위험이 높고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동물을 이용하여 자신이 성행위를 하는 것 또는 제3자의 성행위를 위해 동물을 훈련시키거나 이용함으로써 동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행태를 강제하는 것’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총 48개 주가 동물에 대한 성 학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5개 주에서는 중범죄(Felony)로 규정하고 있다.
처벌 기준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로드아일랜드 주법은 최소 7년에서 최대 20년의 징역형, 아이다호 주법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 조지아 주법은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동물을 학대할 경우 동물이 연속적인 학대의 위험성에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 5년, 10년 등 기한을 두어 동물의 소유·점유권을 제한하거나 영구적으로 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 동물 성범죄에 대한 법을 제정한 버지니아 주의 경우, 동물에게 성행위를 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촬영하거나 온라인 등으로 배포하는 것까지 범죄로 규정했다. 개정된 법률은 동물 성 학대자의 동물 소유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도록 규정했는데, 이는 개정안이 처음 발의되었을 때 5년 동안 소유를 금지하도록 했던 것을 입법 과정에서 강화한 것이다. 버지니아 주 외에도 애리조나 주, 일리노이 주, 메인 주, 워싱턴 주, 위스콘신 주 등이 동물 성 학대범의 동물 소유를 영구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동물 성 학대범도 ‘성폭력 등록법’(Sexual Assult Registry Law)에 따라 신상을 관리해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1월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9.2%가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목적으로 동물과 성적으로 접촉하거나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68%는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다(조사 방법:온라인 패널조사, 설문 대행:(주)마크로밀 엠브레인).
다행히 지난 1월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목적으로 동물의 생식기와 항문 등에 신체의 일부를 삽입하는 등 성적으로 접촉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 유형에 포함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원이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5년의 범위에서 반려동물 사육 금지 처분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익명성 뒤에 숨어 동물학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자신의 행위를 과시하고 동물학대를 부추기는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물보호법을 보다 촘촘히 정비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국회와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