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를 주워오면 돈을 준다고?’
서울 몇몇 자치구에서 시행하는 ‘담배꽁초 보상제’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용산구가 지난해 3월 시작했고, 성동구도 같은 해 10월 도입했다. 20세 이상 성인만 참여할 수 있는데, 꽁초를 주민센터로 가져가면 용산구는 1g에 20원, 성동구는 30원을 준다.
과연 돈이 될까. 지난달 28일 성동구 사근동 일대에서 직접 꽁초를 주워봤다. 2,000원을 주고 인근 마트에서 검은색 비닐봉지와 집게를 사고, ‘목장갑’으로 불리는 빨간색 코팅 장갑도 착용했다.
꽁초를 찾으려 이 잡듯 뒤져야 하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설렁설렁 돌아다녀도 꽁초는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막다른 뒷골목, 빌라 구석, 화단 근처, 술집 인근 등 꽁초가 쌓여 있지 않은 곳을 발견하기가 더 어려웠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을 때 물난리를 초래한 주범, 빗물받이 아래는 말 그대로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꽁초의 홍수라 할 만했다.
1시간 동안 수거한 꽁초를 세어보니 총 490개. 8초에 1개꼴로 주웠다. 모은 꽁초 더미를 들고 사근동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꽁초 무게가 200g을 넘을 때만 보상금이 나온다. 또 이물질과 젖은 꽁초는 제외되며, 보상금 한도는 한 달에 15만 원까지다. 저울에 올려보니 245g이 나왔다. 꽁초 1개당 15원씩, 1시간에 7,350원을 번 셈이다. 물론 용산ㆍ성동구에 살지 않는 기자는 돈을 가져가지 못한다. 보상제는 자치구 거주민만 대상으로 한다.
단순한 소일거리로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받는 돈에 비해 들이는 노동력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허리를 굽히고 피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하다 보니 금세 무리가 왔다. 집게를 쥔 손목도 시큰했다. 무엇보다 손과 옷은 물론 신발까지 밴 찌든 냄새를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물가가 너무 오른 탓일까. 몇 천 원, 몇 백 원이 절실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날도 한 대학생이 봉지 가득 꽁초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번 주에만 벌써 두 번째다. 센터 관계자는 “고물가 때문인지 주민 참여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매월 30㎏ 안팎의 꽁초를 모아오는 주민도 평균 10~15명이나 된다. 시민 반응은 긍정적이다. 사근동 주민 김혜숙(48)씨는 “밤에 버려진 꽁초를 아침마다 보는 게 고역이었는데 요즘 거리가 깨끗해진 것 같다”고 반색했다.
다만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거리를 청소하자는 취지인데 재떨이를 통째로 털어와도 마땅히 구별할 길이 없다. 또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꽁초가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실제 주민센터에서 나와 꽁초를 주웠던 교차로를 1시간 만에 다시 가보니 20개비 넘는 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상제를 시행한 서울 강북구는 이런 이유로 올해 사업을 폐지했다.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되는 꽁초 무단투기 단속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보상제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꽁초 투기 단속은 7만3,020건. 그런데 25개 자치구별로 실적이 천차만별이다. 종로구(1만6,459건)와 강남구(1만3,788건), 관악구(1만899건) 등 1만 건이 넘는 곳이 있는 반면 광진구(58건), 도봉구(66건)는 100건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서대문구는 1건, 동작구는 ‘제로’다. 단속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식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2일 “꽁초 투기가 법에 저촉된다는,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