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고위공무원 교육사업비 명목으로 받은 예산 전용 의혹으로 외교부 감사를 받은 것이 원인이 됐다. 문 이사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외교부는 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외교부가 전임 정부 인사에 대한 동시다발적 감사를 벌이면서 물갈이를 위한 표적 감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세종연구소 등에 따르면 문 이사장은 전날 내부 직원들에게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가 지난 21일 감사에 착수하고 6일이 지난 시점이다. 외교부는 세종연구소가 1995년부터 매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세종국가전략연수’ 과정을 운영하면서 남는 교육비(1인당 약 2,000만 원)를 해당부처나 기관에 반납하지 않고 다른 예산으로 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연수에 필요한 건물 사용료와 운용비, 기자재 사용 등에 쓴 것으로 지난 29년간 (회계 구조상) 관례적으로 그렇게 비용처리를 해왔다”며 “외교부가 감사로 압박하며 (문 이사장에게) 나가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정기감사가 아닌) 일부 제보로 운영 현황에 대해 문제점이 확인돼 자체 감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는 민간연구기관이지만 재단 성격상 외교부 회계감사 대상이다. 이사장 선출도 외교부 승인이 필요해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사장을 지냈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국립외교원에 대한 감사에서 홍현익 원장을 비롯한 내부 인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외부활동 신고 누락 등을 적발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홍 원장에 대한 해임 절차에 착수했고 홍 원장은 이미 일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전임 정부 말기에 임명된 홍 원장의 임기는 올 8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