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교 인식 개선? 치열한 유치전 강원특수교육원, 3곳에 분산 배치

입력
2023.02.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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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육청 "춘천·원주·강릉 분산 배치"
세 도시 경쟁 가열되자 발표도 한 달 앞당겨
장애학교 인식 개선에 기대감

장애학생을 위해 추진 중인 강원특수교육원이 강원 춘천과 원주, 강릉에 3개 분산 설치된다. 유치 경쟁이 과열로 치닫자, 강원도교육청이 내놓은 해법이다. 장애학생 관련 시설을 기피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춘천은 본원, 원주·강릉에 분원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28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특수교육원을 도내 세 개 권역 중심인 춘천과 원주, 강릉에 동시에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한 명이라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강원교육청은 구체적으로 특수교육원 본원을 춘천에 두고, 원주와 강릉에는 직업교육과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을 담당할 분원을 설치하기로 했다. 부지는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결정한다.

신 교육감 선거 공약인 강원특수교육원은 장애학생 등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교육 및 연구시설이다. 첨단시설을 활용해 장애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됐다. 2026년까지 6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세 곳 모두 본연의 역할인 특수교육을 담당하면서 지역별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본원과 분원의 역할은 동등하다"고 말했다.

강원특수교육원은 장애학생 관련 시설이지만 유치 경쟁이 예상외로 뜨거웠다. 춘천과 원주, 강릉 모두 지자체 주도로 범시민 유치위원회를 꾸린 것은 물론, 정치권과 출향단체까지 여론전에 가세했다. 지방의회도 성명서를 내놓으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춘천은 지역 내 특수학교 3곳과 시너지 효과를 내세웠고, 원주는 교육대상자가 가장 많고 잘 갖춰진 광역교통망을 강조했다. 강릉은 영동권 균형발전논리를 앞세웠다. 경쟁이 예상보다 과열돼 후유증까지 우려되자, 강원교육청은 발표를 한 달가량 앞당기고 '분산 배치' 라는 카드를 꺼냈다.

대형사업에 이미지 제고 효과

특수교육 시설을 두고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된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기피시설로 간주되면서 '님비(Not In My Back Yard)' 논란을 불러오기 일쑤였다. 실제 서울 강서구에서는 2017년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장애학생 부모님들이 무릎까지 꿇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개교가 늦어졌다. 강원에서도 장애학교 설립을 두고 동해시와 도교육청이 대립하다 계획 발표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가까스로 학교가 들어섰다.

강원특수교육원 유치 경쟁은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이라는 점이 지자체를 끌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장애학생과 함께하는 도시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강원도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과 달리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진 게 또 다른 성과"라고 했다. 신 교육감은 "세 지역의 경쟁은 특수교육시설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 더 나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춘천시는 "교육청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한다"는 입장을 냈다. 강릉 유치 범시민추진단은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본원과 분원 운영에 차이를 두지 않도록 공평하게 운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장 활발한 유치 활동을 벌인 원주는 "나눠주기식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춘천=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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