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 통신 3사 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 내 독과점 폐해를 문제 삼자 칼을 꺼낸 셈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이날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다음 달 3일까지 실시 예정인 현장조사를 통해 은행 간 대출 금리, 고객 수수료 담합 여부를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날 시장감시국 주도로 SK텔레콤·LG유플러스·KT 등 이동통신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대한 현장조사도 진행했다. 공정위는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통신 3사가 △요금 체계 △지원금 △고객 지원 등을 두고 담합하거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는지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앞서 윤 대통령이 금융·통신업계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시작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15일 주재한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통신시장 과점 해소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고 금융·통신업계를 직격했다. 고물가 충격이 큰 상황에서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재 성격이 강한 금융·통신업계가 서민에게 원리금 상환·통신비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먼저 금융·통신업계의 독과점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이어 공정위까지 가세하면서 은행권, 통신 3사를 향한 공세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사가 금리 하락, 통신요금 인하 등 금융·통신업계의 자진 시정을 압박하는 용도라는 진단도 나온다. 은행권, 통신 3사 간 담합 행위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선례도 있다. 기획재정부, 국세청은 최근 소주 가격 인상 조짐이 보이자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하이트진로는 이날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