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씨 9/11’(2004)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고등학생 때 해당 지역 교육위원에 당선된 적이 있다. 그는 선거규정상 자신의 나이가 출마 적격임을 확인한 후 자기 학교 교장·교감을 해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최연소 교육위원이 됐다. 그는 교육위원이 된 자신에게 학교 선생님들이 ‘미스터 무어’라고 깍듯이 존칭했다는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 30세 현직 구의원이 군복무를 시작한 일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이 24일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대체복무를 시작했는데,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하냐는 논란이다. 김 의원은 업무기관장(공단)의 허가를 받았기에 문제가 없고 이해충돌 소지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병무청은 군복무 중 선출직 공무원 겸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익근무요원은 정치활동도 금지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구정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구민들을 기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 출마단계에서 국민의힘이 걸러내지 못한 점이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면서 법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후속 대책이 없었다. 김 의원은 만 30세가 돼 더 이상 군복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예외적으로 추가 연기를 허용하거나 출마자격을 적시하는 등 법 정비가 시급하다.
□ 2021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출산 후 휴가를 쓰지 못하고 재택근무로 버텼다. 국회의원에게 출산휴가를 법으로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됐을 땐 국회 본회의장에 안내견 출입이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다급히 국회 사무처가 출입을 허용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는 군복무, 출산, 그 이상의 전례 없던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의회에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진짜 문제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