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은 중국 연구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불분명하다'고 했던 데에서 '중국 연구소 유출설'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앞서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와 연방수사국(FBI)이 내린 결론과 동일하기도 하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부가 최근 백악관과 의회의 주요 의원들에게 제출한 비밀 정보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통한 인간 전염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구체적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도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지시했지만, 수년째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에너지부가 이번에 FBI와 함께 중국 연구소 유출설에 무게를 실은 반면, 국가정보위원회(NIC)와 4개 정보기관은 여전히 바이러스 자연발생 가능성을 높게 본다. 중앙정보국(CIA) 등 2개 정보기관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미 에너지부가 합류하면서 그동안 '타당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 연구소 유출설에 좀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WSJ는 "생물학을 포함한 미국 내 각종 국립연구소를 관할로 둔 에너지부의 결론은 과학적 분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해당 보고서의 중국 연구소 유출설이 중국 정부가 생물학 무기 개발을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백악관은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이날 CNN방송에 출연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WSJ 보도에 대해 "정보 당국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며 "지금으로선 최종적 답이 없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다수는 그들이 확신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며 "대통령이 우리의 모든 정보 기관에 이 문제의 진상 규명에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도록 거듭 지시했다는 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의회 및 국민과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