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줏값까지 들썩… 업계 과도한 인상 자제해야

입력
2023.02.27 04:30
27면

조만간 ‘식당 소줏값 6,000원’ 시대가 정착될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주류 유통업계 실태조사 등 사실상 인상 억제 압박에 나섰다. 주류 가격 인상 움직임은 재룟값 인상과 함께 맥주와 막걸리 주세가 인상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지나친 정부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업계 역시 과도하게 서민물가를 자극해선 안 된다.

종량세가 적용돼 매년 주세율이 결정되는 맥주와 막걸리의 경우 주세가 4월부터 맥주가 L당 30.5원, 탁주는 1.5원 인상된다. 제조원가에 72%로 종가세가 적용되는 소주는 세율이 인상되지는 않지만, 원료인 주정값이 지난해 10년 만에 7.8% 인상된 데다 소주병 가격도 20% 이상 올라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체재 성격이 강한 맥주와 막걸리의 4월 가격 인상에 맞춰 소줏값도 올리려 한다면, 조만간 식당의 소줏값은 현재 5,000원에서 6,0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민의 술값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 관련 부처가 총동원됐다. 기획재정부는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살피고 있고, 국세청은 주류업계와 비공개 간담회까지 가졌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생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 소동 이후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도 추가 인상을 미루고, 버스 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도 억누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물가가 여전히 5%대인 불안한 상황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만큼 경기 침체 속도도 심상치 않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서민의 체감물가에 영향력이 큰 술값 인상은 자칫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가격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에서 정부가 비공식 가격통제에 나선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3월 물가안정 여부가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과도한 인상은 자제하는 것도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