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순신 임명' 이례적 신속 취소...여론악화에 '학폭 문제' 폭발력 감지?

입력
2023.02.26 19:00
尹, 임명 하루 만에 철회

정순신 변호사가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자녀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한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자세를 한껏 낮췄다.

尹, 정순신 사의 4시간 30분 만에 전격 임명 취소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국가수사본부장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정 변호사가 사의를 밝힌 지 4시간 30여 분 만에 임명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대통령실 차원의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아쉬움이 많다'는 표현을 쓴 건 실제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인선에 새로 도입한 '공직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에 후보자 본인이나 배우자·자녀 관련 소송 문제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 전력을 자발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현재 고위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와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 등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 관련 문제여서 미흡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사검증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합법적 범위 내에서 개선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인사 신중한 尹의 이례적 결단, 왜?

윤 대통령은 평소 인사에 신중하지만 이번에는 신속하게 발령을 취소했다. 학폭 문제의 심각성과 폭발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학폭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면서 "대통령은 학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인 정 변호사가 아들의 전학 징계를 취소하려고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맡아 대법원까지 '끝장 소송'을 벌인 것에 대한 '괘씸죄'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소송을 한 과정이 대법원 판결문에 낱낱이 적시돼 있다"며 "법을 아는 검사 입장에서 보면 더 실망스러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수사를 지휘하며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누차 강조한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인 만큼 서둘러 진화에 나선 측면도 있다. 특히 가해자인 정 변호사 아들은 버젓이 서울대에 입학한 반면, 피해 학생은 일상 회복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변호사 아들의 서울대 입학 퇴학 조치 등의 요구가 나오는데 대통령실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대에서 답변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인사검증제도 개선" "학교폭력 종합대책 마련"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의 고위공직자 인사시스템으로는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검증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증을 위해서 조금 무리하게 자료를 수집해 보자, 이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합법적 범위 안에서 검증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단순히 학교에서 폭력이 일어난 사건 자체보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