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동식물에 부정적"…또 암초 만난 오색케이블카

입력
2023.02.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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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 "산양 등 희귀 동식물 영향 저감 어려워"
국립공원공단 "동식물 서식지 훼손 우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사업의 운명을 좌우할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표를 한 달여 앞두고, 국책 연구기관이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명분으로 환경단체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업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23일 강원도에 따르면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국책 연구기관의 부정적 검토 결과가 알려지자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 산하 전문기관들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케이블카가 설악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정치적 계산이 필요 없는 상황인 만큼 부동의 결정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KEI) 등은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검토 결과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환경단체들 역시 다음 달 예정된 환경영향평가 결과 압박에 나선 것이다.

KEI는 "양양군이 제시한 대책으로는 산양 서식과 법정보호 희귀 동식물 이식 및 보존, 백두대간 내 핵심구역 지형 훼손에 부정적인 영향을 저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KEI는 또 케이블카 노선과 관련해 "먹이섭식처 간 이동로 단절은 법정보호종은 물론 대부분 포유류의 서식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시설물을 비롯한 인위적 간섭으로 산양, 담비 등 야생동물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국립기상과학원은 케이블카 노선의 풍속 자료에 대한 추가설명을 요구했다.

국책기관들의 부정적 반응에 강원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환경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오색케이블카는 남설악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끝청(해발 1,610m) 인근 상부 정류장을 연결하려는 사업이다. 현재는 양양군이 지난해 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 협의 단계로, 환경부는 다음 달 24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춘천=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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