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기업 10곳 중 4곳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만 겨우 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금리 시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런 내용의 금융 애로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14일~23일 협회 회원사(1,000개 회사 중 403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년 대비 자금 사정이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45.7%에 달했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38.5%였고, 나아졌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주요 원인으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87%‧복수응답), 금리인상(68.%), 매출 부진(54.3%), 인건비 상승(50.5%), 환율 상승(46.7%) 등이 꼽혔다. 특히 중견기업(71.4%), 중소기업(69%)이 금리인상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응답 기업의 58.7%는 지금부터 1년 이상 자금 사정이 나쁠 거라고 내다봤다. 6개월 내에 자금난이 풀릴 거라는 예상은 10.3%에 불과했다.
수출 기업들이 지난해 받은 신규 대출의 금리 수준은 4~5%(32.8%), 5~6%(25.7%)가 많았다. 금리 6% 이상으로 돈을 빌렸다는 응답도 22.4%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수출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만 겨우 감당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이자비용과 영업이익이 같다는 기업이 26.8%였고,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더 많다는 기업도 15.1%나 됐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무역산업포럼에서 이 설문 조사를 소개하며 "국내 기업들의 대출 금리는 지난 2년 동안 3% 가까이 상승했고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32조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수출 산업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복원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 고금리가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게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협회는 금융애로 건의서를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