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써야 고위 공무원 된다"… 15년간 대통령 임명장 쓴 필경사 퇴직

입력
2023.02.22 21:00
2008년부터 매년 4000장 붓글씨로 작성

15년간 대통령 명의로 된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써온 ‘필경사’ 김이중(48) 인사혁신처 사무관이 최근 퇴직했다.

인사처는 “김 사무관이 개인적 사유로 사직서를 냈다”며 “후임 필경사를 채용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김 사무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매년 4,000장에 달하는 공무원 임명장을 붓과 먹물로 직접 썼다.

정부는 대통령을 제외한 5급 이상 국가직 공무원에게는 인쇄물 대신 붓글씨로 쓴 임명장을 수여한다. 임명장에는 국새와 대통령 직인도 찍힌다. 임명장을 손으로 쓰는 것은 ‘공무원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을 위해 임명권자의 정성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다.

김 사무관은 ‘3대 필경사’로 꼽힌다. 1962년 정부에 필경사 보직이 처음 생긴 이래, 1대 필경사는 1995년까지, 2대 필경사는 2008년까지 근무했다. 김 사무관은 4대 필경사인 김동훈 주무관과 함께 일해 왔다.

2020년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필경사라는 직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손을 다칠까 봐 운동도 하지 않는다”며 남다른 사명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한글과 한자는 붓글씨 필법이 많이 다른데, 김 주무관은 둘 다 통달했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17일 ‘5대 필경사’(직급 전문경력관 가군)를 모집하는 경력경쟁채용시험 공고를 냈다. 주요 업무는 대통령 명의 임명장 작성, 대통령 직인ㆍ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대장 관리시스템 운영ㆍ관리 등이다.

응시 요건은 △서예 관련 직무 분야에서 8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 △서예 관련 분야 박사학위 △서예 관련 석사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또는 연구 경력(학사 취득의 경우 4년 이상 경력) 등이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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