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늦어도 연말까지 국정지지도 50%를 찍을 수 있을까. 그래야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여권 인사들이 말하는 대로 차기 총선에서 패배하면 집권 초반 ‘식물정권’에 빠지는 초유의 위기에 내몰린다. 역시 여권 인사들의 진단대로 내년 총선은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떨치기 힘들다. 지지율이 30%대(한국갤럽 기준)로 고착돼 있는 한 박빙으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서 여당 신인들이 힘을 받기 어렵다. 의석 비중상 수도권에서 지면 총선 참패다.
윤 대통령은 지난 9개월간 당내 문제에 개입할수록 지지율이 뒷걸음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등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군이 차례대로 배제되고 공동정부를 꾸린 안철수도 ‘국정 훼방꾼이자 적’으로 지목돼 기로에 서 있다. 이토록 정권 초에 집권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새천년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17대 총선을 탄핵 역풍으로 돌파한 노무현 사례가 있지만, 지금 윤 대통령이 그럴 만한 동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기일수록 역대 대통령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지율의 신(神)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집권 첫해 90%를 기록했다. 기질적으로 윤 대통령과 가장 비슷한 인물도 YS다. 대담한 승부수를 던지는 결단력과 추진력에서 YS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정면돌파하는 화룡점정은 하나회 척결과 전두환·노태우 구속이지만 특히 금융실명제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 실명 거래 없이 분배 정의도, 활력 넘치는 자본주의도 꽃피울 수 없습니다. 검은돈이 없어질 겁니다.” 1993년 8월 12일 오후 7시 45분 YS가 전격 발표한 특별담화 내용이다.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이란 형식에 이날 저녁 8시부터 모든 금융권의 예금·적금통장과 주식, 자기앞수표, 양도성예금증서(CD), 이자의 지급과 상환 등은 반드시 실명으로 하게 됐다. 혁명적 조치로 여론은 열광했다.
지지율 급상승에는 화려한 ‘정치쇼’가 필요하다. 철저한 보안 속에 쿠데타처럼 단행된 금융실명제는 온갖 불법자금 조성을 막는 데 기여했고 각 분야 개혁의 시금석이 됐다. 여권 내 소수파로서 압도적 리더십을 세운 YS를 참조해야 한다. 3당 합당으로 군부독재, 민주화 진영, 충청 보수집단이 합쳐진 잡탕·공룡정당(민자당)의 후예가 국민의힘이다. 윤 대통령은 YS처럼 자신만의 어젠다로 국민에게 직접 어필해 국정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막 시작한 ‘노조 때리기’(노동개혁)가 주목되지만 그 방향성에서 보수층 겨냥 수준으론 총선 대책이 될 수 없다. 중도층 공략엔 미흡해서다. 각박한 국민 일반의 삶에 마음을 얻을 민생사범 척결로 기초를 세우길 권하고 싶다.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보이스피싱, 인간에 대한 정신적 살해나 다름없는 성착취물 영상 범죄, 약자를 울리는 전세사기 일망타진이 필요하다.
‘이재명 방탄’ 프레임만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방탄’해선 곤란하다. 통치 스타일도 함께 변해야 한다. 3·8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권 내부는 물론 국민통합 필요성이 절실해질 것이다. 취임 1년이 되도록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것과 비속어 파문,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닮은 역대 대통령은 YS 외에 전두환도 있다. 인정과 의리를 중시한 통 큰 리더십에 소박하고 단순한 성격이 닮았다는 평가다. 경계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윤 대통령에게 위압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조폭에 빗대 ‘건폭’(건설현장 폭력)이라고 했지만, 노동 자체에 대한 존중 외에 거친 표현이 부각된다면 ‘검폭’(검찰폭력)으로 잘못 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