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분향소는 관혼상제인가?

입력
2023.02.23 19:00
25면

편집자주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늘 새롭게 해석된다. 고전을 잘 읽는 법은 지금의 현실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 짓는가에 달렸다. 고전을 통해 우리 현실을 조망하고 이야기한다.


관혼상제 바탕은 사회 구성원의 상식과 관습
분향소 설치가 관혼상제라는 민변과 유가족
일제 때 유입된 분향소, 전통예법에도 어긋나

공자의 제자 재아(宰我)가 말했다. "부모상 3년은 너무 깁니다. 1년이면 충분합니다." 공자가 반문했다. "부모가 죽고 1년 만에 호의호식하면 편안하겠느냐?" "편안합니다." "네가 편안하면 그렇게 해라." 재아가 나가자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태어나 3년은 지나야 부모의 품을 벗어난다. 그래서 삼년상은 천하 공통이다. 재아도 태어나서 3년간은 부모에게 사랑받았을 텐데." '논어'(양화편)에서 말하는 삼년상의 취지다.

누군가는 3년이 너무 길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짧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혀 슬프지 않은 죽음도, 평생 가슴속에 묻어두고 잊지 못할 죽음도 있으니까. 그래서 예법이 생겼다. '예기'(단궁상·檀弓上)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선왕이 예법을 제정하여 지나친 자는 낮추고 모자란 자는 높였다(先王之制禮也 過之者俯而就之 不至焉者跂而及之)." 공통의 규범을 마련하여 사회 구성원의 상이한 욕구를 조절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그 규범은 사회 구성원의 상식과 관습에 바탕한다. 관혼상제도 그중 하나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의 입장 차가 팽팽하다. 서울시는 광장의 무단점유로 광장 사용과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강제 철거를 예고했다. 반면 유가족 측은 분향소 설치가 관혼상제에 해당하므로 집시법상 적법한 집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시법은 관혼상제에 관해서는 옥외 집회 신고나 금지 시간, 금지 기간 등을 규정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쟁점은 하나다. 분향소는 관혼상제에 해당하는가? 관례나 혼례와는 무관할 테니, 상례나 제례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현행법은 상례와 제례의 절차를 엄밀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건전가정의례준칙'이 있기는 하지만 강제가 아니라 권고다. 상식과 관습에 바탕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참고할 수는 있다. 이에 따르면 매장 또는 화장이 끝나면 더 이상의 상례는 없다. 다만 사망 후 최대 100일까지는 상기(喪期)로 정할 수 있다. 분향소는 참사 100일 거리 행진 중 기습 설치되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니, 법이 정한 상기를 벗어난다. 따라서 분향소는 상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례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건전가정의례준칙은 제례의 일시를 기일과 명절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고에 불과한 건전가정의례준칙 따위 알 바 아니고, 전통 예법처럼 삼년상을 치르겠다'고 고집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다만 전통 예법과 거리가 먼 자의적 관혼상제를 고집하면 곤란하다. 관혼상제는 사회 제도로서 사회 구성원의 동의, 그리고 상식과 관습에 바탕하기 때문이다. 상식과 관습에 맞지 않으면 관혼상제가 아니다. 성년이 되지 않은 사람은 관례를 치를 수 없고, 신랑 신부 양측의 동의 없이 혼례는 성립하지 않는다. 상례와 제례 역시 상식과 관습에 따라야 한다.

전통 예법에 따르면 상례의 기간은 3개월부터 3년까지 다섯 단계다. 조문은 시신을 안치한 빈소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다. 빈소 설치 기간에 조문하지 못했다면 상주를 만난 장소에서 조문할 수 있다. 정해진 장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엉뚱한 곳에 빈소를 설치하고 조문을 받을 수는 없다. 제례 역시 정해진 일시와 장소가 있다. 분향소는 전통 예법으로 보아도 관혼상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애당초 전통 예법에는 분향소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장례 문화다.

분향소가 관혼상제에 해당한다는 것은 유가족을 대리하는 민변 측의 주장이다. 법을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변호사의 특기라지만 상식을 벗어나면 곤란하다. 분향소를 철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시민의 자발적 추모는 막을 수 없다. 다만 서울광장 분향소가 관혼상제라고 주장하면 강제 철거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민의 동의는 얻기 어렵다. 분향소 운영에 시민의 동의를 원한다면, 관혼상제를 끌어들이는 일은 삼가 주기 바란다.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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