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정 활동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 시행 후 이를 제대로 지킨 상임위원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전국단위 선거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처리한 법안 건수도 전년(2021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어 법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제21대 국회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하는 국회법 시행 이후인 2021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한 상임위는 전무했다. 국회법 57조 6항에는 '소위원회는 폐회 중에도 활동할 수 있으며,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는 매월 3회 이상 개회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일하는 국회법 시행 배경에는 의정 활동 실적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여야의 반성이 있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2020년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 개최 횟수는 월평균 1.1회였다. 법이 시행된 2021년에는 월평균 1.3회로 소폭 늘었지만, 대선 등이 있었던 지난해는 월 평균 0.6회로 급감했다. 운영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단 한 번도 법안소위를 개최하지 않았다.
상임위의 법안소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 건수도 반 토막이 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된 법률안은 총 1,230건으로, 전년(2,782건)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국회 관계자는 "두 차례의 전국 선거로 국회의원들의 대외활동이 늘어났고,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지연된 영향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하는 국회법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장 의원은 월 3회 이상 법안소위를 개최하지 않은 상임위 소속 위원들을 대상으로 세비를 삭감하는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