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중견 간부가 시민프로축구단 광주FC 사무처장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는 폭로가 결국 수사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광주FC 사무처장 자리에서 인사 조치된 폭로 당사자가 "사퇴를 종용한 적 없다"고 부인한 해당 간부 등을 검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전 광주FC 사무처장 김모씨는 22일 광주시 문화체육실 소속 A과장과 다른 부서 B주무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고소장에서 "광주FC 사무처장으로 있던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10시 40분쯤 A과장과 B주무관이 광주FC 2층 사무실로 찾아와 '새로운 구단주(강기정 광주시장)가 왔으니 스스로 책상을 빼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때 옆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A과장 등의 제안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임 느꼈다"고 주장했다. 당시 A과장과 B주무관은 광주FC를 지도·감독하는 부서 담당자들이었다. 김씨는 또 "A과장 등은 (사퇴 종용) 이후 내가 말을 듣지 않자, 갑자기 광주FC 조직 개편을 명목으로 나를 비상설직인 경기관리지원단으로 인사 발령을 내 사표를 쓰도록 종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FC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기존 사무처장(1급)과 경영지원부장(2급)을 경영본부장으로 통폐합하고, 경기관리지원단과 전략본부장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조직 및 사무 분장 조정)을 의결했다. 당시 조직개편안 작성 실무는 광주시가 맡았다. 이에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는 광주FC 사무처 운영과 선수단 업무를 총괄하던 사무처장 김씨를 관람객 유치와 경기장 질서 유지 사무를 보는 경기관리지원단에 직위도 없이 발령했다.
이를 두고 광주FC 안팎에선 "광주시가 사퇴를 거부하는 사무처장을 쫓아내기 위해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게다가 광주FC 이사회가 이달 20일 회의를 열어 1급 경영본부장에 C씨를 선임한 것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김씨의 사무처장 임기(2년) 만료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를 한직으로 뺀 뒤 그의 사무와 역할을 대신할 경영본부장을 새로 뽑은 건 "김씨에게 알아서 나가라는 시그널을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광주FC 등이 사퇴 종용이 불발되자 사퇴 유도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해석이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인데, 이를 두고도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달 조직 개편 당시 광주시가 급조하고 광주FC 이사회가 의결한 정원 개편안엔 1~2급 인원이 2명으로 정해져 있지만 C씨 선임으로 인해 '1급 정원 초과'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광주FC 비전과 경영 발전 전략에 맞는 조직 체계를 새로 편제했다"던 광주FC의 말이 무색해진 셈이다. 김씨는 "결과적으로 필요가 없는 예산(경영본부장 인건비 3개월분)을 낭비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검찰로부터 이 고소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설 경찰이 광주FC 조직 개편 경위 등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A과장은 앞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씨에게 자리를 비워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당시 광주FC가 새롭게 출범하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A과장은 그러면서도 '그 부분'이 뭘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내가 수사를 받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