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상처…대구지하철참사로 딸 잃은 엄마 20주기 당일 입원

입력
2023.02.20 14:30
박남희 경북 칠곡군의원 18일 병원 行
"급성 간농양 진단, 2월만 되면 몸에서 반응"

대구지하철화재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가 참사 20주기 당일 극심한 스트레스와 오한 등 고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20일 경북 칠곡군 등에 따르면 박남희(62) 칠곡군의원은 지난 18일 오전 6시쯤 칠곡경북대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급성 간농양으로 3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진 진단이었다.

이날 입원은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딸 이미영 양을 잃은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때문이다. 20주기 당일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추모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박 의원은 '사랑하는 미영아 천국에서는 사고없이 잘 지내겠지'라는 문구로 애틋한 마음을 대신했다.

박 의원의 장녀인 이 양은 지난 2003년 대구 달서구 상인동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북예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양은 성인들의 공연에 협연하자는 제안에 따라 연주할 곡을 받으러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났어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구해주세요"라는 말이 이 양의 생전 마지막 대화였다.

그날 이후로 박 의원은 20년 동안 매년 2월만 되면 기력이 약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당시 더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게 한"이라며 "매년 2월만 되면 몸이 스스로 반응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산이 두 차례 바뀔동안 하루라도 딸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의식 개선 등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지하철참사는 지난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 53분쯤 대구 중구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발생해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희생자 6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연고자를 찾지 못했다.



류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