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1.7%보다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경기 둔화로 수출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소비자들 지갑도 잘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
한은은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와 함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물가 등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끌어내린 바 있다. 그리고 3개월 만인 오는 23일 1.5% 수준으로 또 한 차례 눈높이를 낮출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연초부터 하락세를 보이는 주요 경제지표 흐름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일단 ①우리 경제 ‘믿을 구석’이었던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 수출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76억2,2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5억 달러)의 37%를 40여 일 만에 기록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3.7% 줄어드는 등 ②민간 소비 회복 속도도 더디다. 금리 상승 여파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미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11월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 같다”며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주요기관 역시 잇따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낮췄고, 한국경제연구원은 1.5%로 0.4%포인트나 내렸다.
다만 중국 방역조치 완화에 이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하반기 경기 반등 변수로 꼽힌다. 중국 경제가 본격 반등하기 시작하면 관광객들의 국내 유입이 늘고, 상품 수출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1.4→1.1%) 하반기 전망치는 상향 조정(2.1→2.4%)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가라앉는 경기를 고려해 한은이 이번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할 것이란 게 시장의 기대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3.6%)를 유지하거나 0.1%포인트 가량 소폭 내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전망 때보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졌고,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3.5% 정도로 수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