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무인도, 내가 샀다” 중국인 틱톡에 일본 ‘발칵’

입력
2023.02.19 15:30
16면
오키나와 본섬 북쪽 '야나하 섬' 매입
중국인 "이제 그 섬은 우리 중국 땅"
일본인 "안보 불안...정부가 대응을"


“여러분, 내 뒤의 작은 섬을 봐 주세요. 제가 2020년에 샀습니다.” 한 중국인이 배 위에서 카메라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배에서 내려 섬에 발을 디딘 그는 모래사장을 거닐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중국 동영상 앱 ‘틱톡’에 최근 올라온 이 영상이 일본을 발칵 뒤집었다. 중국인이 구입한 섬이 오키나와현 최대의 무인도인 ‘야나하(屋那覇) 섬’이기 때문이다.

야나하 섬은 오키나와 본섬에서 북쪽으로 약 20㎞ 거리에 있다. 중국 매체 인터뷰에 따르면, 30대 여성인 이 중국인은 산둥성 출신으로 외식업 경영자다. 가족들은 부동산업과 금융업을 한다. 가족이 경영하는 회사 명의로 경매를 통해 섬 전체의 917필지 중 720필지를 구입했다. 그는 “상업 목적으로 (리조트 등으로) 개발할 생각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계획을 한정하고 싶지 않다. 아름답게 개발할 테니 모두가 놀러 와 달라”고 했다.

영상은 중국과 일본에서 상반된 파장을 낳았다. 중국인들은 “이제 저 섬은 중국 땅”이라며 반겼다. 중국인이 샀다고 중국 영토가 되는 게 아니지만, 일본인들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했다.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에 놓인 ‘난세이(南西) 제도’가 일본 방어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오키나와 인근 섬이 중국인에게 넘어간 것이 불안을 자극한 것이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고 있고,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인들의 중국 포비아가 극심해진 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야나하 섬 매각 문제를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마쓰노 장관은 “해당 섬은 '중요 토지 등에 대한 조사법'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법은 자위대나 해상보안청 시설 혹은 미군 기지 등 '안보상 중요한 시설'이 있는 지역이나 국경을 가르는 섬 등을 ‘주시 구역’ 또는 ‘특별 주시 구역’ 등으로 지정해 규제하는 내용이다. 조사 대상 구역의 토지를 매매하려면 이름, 국적 등을 일본 정부에 미리 신고해야 하지만, 야나하 섬은 주시 구역에서 제외돼 있다. 안보상 중요한 시설도 없고 난세이 제도나 센카쿠 열도에서 가까운 전략적 요충지도 아니다.

이 중국인은 이달 14일 “섬의 아름다운 경치와 즐거운 내 마음을 공유하고자 하려 한 것뿐”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다시 올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여전히 껄끄러워 한다. 야나하 섬에서 1㎞ 떨어진 이제나 섬의 주민들을 일본 언론이 인터뷰했더니, “(야나하 섬이) 영원히 무인도였으면 좋겠다”, “중국 사람이 산 것 자체가 민폐 아니냐” 같은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