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도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런데 검사 결과지에 ‘정상’이라는 판정 대신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우각차단’ 같은 말이 적혀 있으면 불안해진다.
‘차단’이라는 말이 심상치 않아 인터넷을 뒤져봐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건강식품 이야기나 나오니 속이 탄다. 결국 병원을 찾게 되고 별거 아니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더 허탈하고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실감나게 된다.
심전도 검사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상 같지 않은 심전도 이상’을 몇 가지 소개한다.
①‘우각차단(Right Bundle Branch Block)’은 심장은 약한 전기로 작동하는데 심장 내 전기를 만드는 곳과 전기가 흘러가는 길도 있다. 심장에는 4개의 방(房)이 있고 좌우 심실은 혈액을 심장 밖으로 내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심실로 내려가는 전선 이상으로 전기가 잘 통하지 못하는 현상이 우각 차단이다. 하나의 심실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으니 심각한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심장의 주 펌프인 좌심실로 내려가는 전선(좌각)이 멀쩡하면 전기가 여기를 통해 우심실로 우회 공급하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②‘동성 부정맥(Sinus Arrhythmia)’은 부정맥이란 이름이 붙으니 진짜 부정맥으로 보이나 전혀 그렇지 않다. '동성'이란 용어는 심장의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를 의미하는데 전기를 상당히 규칙적으로 만들기에 심장박동도 규칙적이다. 그러나 시계처럼 정확하게 규칙적인 것은 아니다. 호흡에 따라 규칙성에 약간의 차이가 생기는데 바로 이게 동성 부정맥이다. 달리 보면 ‘정상’ 부정맥이다.
③‘동(성)서맥’ ‘동(성)빈맥’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횟수가 기준 수치인 분당 60회보다 적으면 동서맥이고 100회보다 많으면 동빈맥이다. 긴장하거나 설사로 탈수되면 전기를 만드는 횟수가 증가해 동빈맥이 생긴다.
반면 평소 운동을 많이 해 심장박동이 아주 적으면 동서맥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동서맥이나 동빈맥은 그 자체로는 심장병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신체 이상으로 이 소견이 나올 수 있다.
④‘좌측(우측) 편위’는 심장의 전기 흐름 방향이 정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좌측(혹은 우측) 편위 진단이 나온다. 다른 심장 이상이 나타나면 문제 될 수 있지만 이 소견만으로는 걱정할 일은 아니다.
⑤‘1도 방실 차단’은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가 심실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정상보다 더 걸리는 현상이다. 기계가 판단하기에 정상적인 한계보다 0.01초만 더 걸려도 1도 방실 차단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⑥‘비정상 T 파’ 혹은 ‘ST-T 파 이상’은 심장 근육에 전기가 흘러 수축하면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이 심전도 ST-T 파에 해당한다. 허혈성 심혈관 질환에서 나타나지만 특이적이지 않다. 즉, 특별한 이상이 없이 나타날 때가 훨씬 많다.
⑦‘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은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頻脈)을 나타내는 부정맥이다. 그런데 판독 기계가 심방세동으로 오진할 때가 제법 있다. 기계나 피부에서 발생한 전기 잡음을 심방세동으로 오인한 것이다. 당사자는 억울하게 심방세동 환자가 되어 병원을 찾고 결국 누명을 벗게 되지만 불안 속에서 시간과 돈을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