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의 주요 기능은 소변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곧 몸 속 혈액 중 노폐물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설한다는 의미다. 콩팥은 또한 나트륨·칼륨·칼슘·인 등 신체 기능에 필요한 물질 농도를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비타민 Dㆍ적혈구를 만드는 조혈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도 있다.
이 같은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노폐물을 제거하지 못하고 수분·전해질 조절이 적절하게 되지 않는 상태가 ‘만성콩팥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21년 27만7,252명으로 2016년 18만9,691명에서 5년간 46.2%(8만7,561명)나 늘었다. 특히 최근 연평균 2만 명 가까이 증가하는 등 발생 빈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만성콩팥병 원인 질환의 하나는 유전성 콩팥병이다. 윤혜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에게 유전성 콩팥병을 알아본다.
유전성 콩팥병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콩팥병이 발생하는 희소 난치성 질환으로 만성콩팥병 원인 질환 중 하나다.
콩팥에 물혹이 생겨 기능이 떨어지는 ‘다낭성 콩팥병’을 비롯해 칼륨이 주기적으로 갑자기 감소해 마비 증상이 일어나는 ‘저칼륨성 주기성 마비증’이 대표적이다. 또 저칼륨혈증이 평생 지속하는 ‘지텔만 증후군’, 다뇨를 일으키는 ‘콩팥성 요붕증’도 있다.
윤혜은 교수는 “유전성 콩팥병은 종류가 많고 초기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혈뇨·단백뇨, 콩팥 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거나 혈액검사에서 콩팥 기능 저하가 발견돼 진단될 때가 많은데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건강검진이나 다른 이유로 검사를 받다가 알게 될 때가 많다”고 했다.
다낭성 콩팥병은 유전성 콩팥병 가운데 가장 흔해 400~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양쪽 콩팥에 낭종이 여러 개 발생하는 다낭성 콩팥병이 있으면 고혈압과 콩팥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결석·혈뇨·요로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 낭종이 생기거나 뇌동맥류, 대장 게실(憩室)이 나타날 수 있다.
다낭성 콩팥병은 20대 이후에 대개 발병하지만 낭종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아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30대가 넘어 낭종이 커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낭종이 많이 커질 때까지 검사하지 않으면 모르므로 40~50대에 콩팥 기능이 10% 이하로 줄어든 상태에서 발견돼 곧바로 투석(透析)을 받기도 한다.
윤혜은 교수는 “유전성 콩팥병은 유전자 변이가 많은 만큼 질환 양상도 다양하고 치료법도 다르다”며 “다낭성 콩팥병은 낭종 크기 증가를 늦추는 약을 사용함으로써 투석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단백뇨나 고혈압, 전해질 이상 등도 약물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고 했다.
유전성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다. 유전자 변이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윤혜은 교수는 “유전성 콩팥병은 발병 빈도가 낮아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가족력과 임상 소견을 통해 필요한 검사를 하면서 진단한다”고 했다. 그는 “유전 질환이라고 비관하지 말고 치료와 유전 상담을 통해 콩팥 기능을 보존하고 합병증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