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해독 샴푸와 제모 등으로 마약검사 통과한다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입력
2023.02.19 07:00
해외사이트서 무검증된 '마약 제거 샴푸' 판매
삭발·염색·탈색에 이은 '음성' 노하우   
전문가들 "사실 무근…양형에 불리"

“이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하루 동안은 대마가 검출되지 않습니다.” “탈색과 염색을 하고 수액을 맞으면 마약을 하지 않은 것처럼 ‘몸 세탁’을 할 수 있습니다."

단정적인 표현은 유경험자의 검증된 요령처럼 들렸다. 인체에 해로움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마약 검사까지 피해 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면서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공유 중인 마약 검사를 피해 갈 수 있다는 내용의 위험한 꼼수다.

19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마약사범이 늘어나면서 마약 투약 혐의를 벗기기 위해 ‘드러그 디톡스(마약 해독)샴푸’ 구매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주로 해외 사이트에서 약 13만 원에 유통되고 있다. 판매처에선 "해당 샴푸는 강한 세척력으로 모발뿐 아니라 모낭에 있는 약 성분까지 깨끗하게 씻어내기 때문에 마약 검사도 통과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유튜브에선 ‘마약 전문 변호사’를 자칭, ‘마약 검사에서 적발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영상도 다수 올라와 있다. 마약검사 결과를 앞두고 음성이 나오기를 원한다면, 탈색과 염색을 거듭하거나 삭발하고 몸에 난 털을 모두 뽑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마약 해독 샴푸와 제모 등으로 마약 검사를 피해갈 수 있다는 내용은 사실일까.

체세포까지 스며들어 뽑아도 소용없다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일단 마약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단순히 모발뿐 아니라 체세포까지 투입하기 때문이다. 모세혈관과 체세포에 스며든 마약성분은 모낭과 모근으로 침투하고, 삭발하더라도 모발이 자라면서 마약 성분도 밖으로 드러난다. 염색과 탈색을 하더라도 검출되는 양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양성이 음성이 될 수는 없다. 손톱과 발톱, 눈썹 등 체모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으로 말해 손톱과 발톱까지 뽑더라도 피부각질에서도 마약성분은 나온다.

일명 ‘백옥주사’ 등 수액을 맞는 방법도 암암리에 퍼져 있다. 하지만 염색·탈색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체내 수분 증가에 다른 노폐물 배출로는 마약 투약 흔적을 없애지는 못한다. 다만 마약 투약 직후라면, 체내 흡수되는 양을 일부 줄일 수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마약 검사를 앞두고 굳이 병원을 찾아 고가 수액을 찾아 맞을 필요도 없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잠깐 기운이 나는 느낌을 받을지언정, 물을 마셨을 때와 기대 효과가 같기 때문이다.

“(마약과 성분이 비슷한)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된다”는 속설도 틀린 얘기다. 검사에서 양성이 뜨더라도 우울증 약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 된다는 것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에선 약물 성분이 각각 정확히 분류돼 나온다. 국과수는 시료를 1㎜이하로 잘게 잘라, 24시간 메탄올에 담근 후 용출액으로 마약 성분 유무를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분자’ 단위까지 약물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국과수에서 검출 가능한 약물은 300여 가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등록되지 않았을 정도로 새롭게 등장한 신종 마약 외에는 대부분의 마약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단 마약에 따라 투약한 횟수가 적거나,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모발검사에서 드물지만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발이 얇거나, 멜라닌 성분이 적은 경우도 그렇다. 굵은 모발 대비 마약성분이 달라붙을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김선춘 국과수 독성학과장은 “모든 약물은 신체에 흔적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소변검사서 음성 나와도 모발검사서 양성 가능

이에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편법은 모두 무책임한 조언이다. 이를 믿고 실행에 옮겼다간, 오히려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20년째 마약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투약 사실이 분명하다면 마약 검출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한 제모, 염색과 탈색 등은 재판에서 양형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믿기보다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재판에서든 경찰조사에서든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소변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모발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무죄를 주장하기는 이르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돼 2019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도 소변검사에선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체모검사에선 검출됐다.

당시 박씨는 국과수 소변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절대로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씨는 염색과 탈색을 거듭했고 체모도 제거했다. 경찰은 박씨가 미처 없애지 못했던 다리털을 시료로 확보해 검사를 의뢰했다. 기자회견 불과 8일 후 나온 검사 결과에선 필로폰이 검출됐다. 당시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박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원다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