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최대 쟁점 사안인 강제징용 해법을 두고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차 출국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18일쯤(현지시간) 현지에서 막판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대면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우리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피해 '판결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은 한일 양국 기업 등이 충당하는 제3자 변제방식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구제안이 확정되면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언급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나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 재원도 우리 정부가 구상권을 포기하면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굴욕외교'라며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전범기업들의 사과·배상 참여 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남은 건 일본의 전향적 태도다. 일본이 한국에 모든 걸 떠넘기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윤석열 정부는 첫 국방백서에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문구를 6년 만에 되살렸다. ‘가까운 이웃’ 표현도 문재인 정부 시절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사라졌다가 4년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윤 정부가 출범부터 한일관계 정상화에 힘을 싣는 만큼,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입장만 고집할 게 아니라 피고 기업들이 참여할 길을 열어야 한다.
사과도 형식에 그쳐선 한국 여론이 용납하기 힘들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공식회견 형태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피고 기업들의 직접 사과도 있어야 마땅하다. 징용 문제를 대충 넘길 걸림돌로 치부한 채 한일 안보협력만 강조한다면, 윤 대통령의 첫 도쿄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빛이 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