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4학년 이모(24)씨는 치솟은 월셋값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 5일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연말에 새로 계약한 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매달 95만 원을 내야 한다. 전에 살던 방이 월 74만 원이었으니 20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전엔 부모님이 전부 내줬는데 이젠 죄송해서 제가 절반 정도 부담해요.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잘 시간도 부족해서 다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에요."
3월 개학을 앞두고 월셋방을 찾는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값이 크게 오른 탓이다. 대학가 월세시장에선 집주인이 '갑'이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15일 찾은 서울 이대역 인근 부동산 매물 게시판엔 세 자릿수 월세가 빼곡했다. '1.5룸 오피스텔 500(보증금)/165(월세)', '1,000/101~130' 등 100만 원이 넘는 월세가 대부분이었다. 역 근처 A오피스텔 1층의 부동산에 들어서자 "이 건물 월세는 1월에 다 나가고 없다"며 "지금은 100만 원 이상 매물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대역 인근 '신촌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은 1월 16일 전용면적 26㎡가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95만 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10만 원이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집계한 지난해 11월 이화여대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은 6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51만7,000원) 대비 약 17만 원 올랐다. 한양대, 경희대 인근 월세는 10만 원가량 올랐다.
대학가 월셋값이 치솟는 건 월세로 수요가 그만큼 쏠렸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에서 20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이선용씨는 "금리가 올라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큰 데다 요즘 전세사기 우려로 보증금이 낮은 월세를 찾는다"면서 "게다가 지난해부터 대면 수업이 늘면서 학생들도 많아져 집주인이 값을 올린다"고 전했다.
높은 월세를 피할 수 있는 건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는 방법뿐이지만 쉽지 않다.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지난해 전국 기숙사 수용률은 23.8%. 기숙사 당첨에서 떨어지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1월 기숙사 당첨에서 떨어진 뒤 급한 마음에 가계약부터 걸고 부동산에 매물을 보러 온 손모(19)씨는 한숨을 쉬었다. "기숙사는 한 달에 40만 원꼴로 내면 됐는데 이제 80만 원 정도 내야 할 것 같아요."
지방 본가에서 통학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충남에 사는 김모(20)씨가 그렇다. "KTX 정기권을 끊으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들더라고요. 비싼 월세 내는 것보다 차라리 몸이 고생하는 게 낫다 싶어요."
이 와중에 관리비를 확 올리는 집주인도 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 장모(22)씨는 집주인으로부터 관리비를 1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받았다. 2년 전 코로나19 유행 당시 "공실이 많아 싸게 해 주겠다"는 말에 18㎡짜리 원룸을 월세 43만 원에 계약하고 달마다 총 60만 원가량 냈는데, 단번에 75만 원을 내게 생긴 것이다.
장씨는 결국 그 집을 나왔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집주인이 관리비를 올려 법적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관리비 인상은 집주인을 제어할 법적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져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게 훨씬 비싸다고 느낄 때까지 월셋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