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야당대표 영장, 동의안 소신투표가 마땅하다

입력
2023.02.17 04:30
27면
불체포특권 내려놓고 당당히 영장심사 받아야
정공법으로 사법리스크 털고 유력 야당 거듭나길

검찰이 마침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둘러싼 5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로선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수사팀을 전면 교체한 이후 7개월여 만의 영장 청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별도 입장문에서 '지방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의 불법적 정경유착이자 토착비리'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직전 대선후보이자 국회 다수당 대표를 향한 인신구속 시도인 점에서 여야 대치정국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가 적용한 혐의는 특가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대장동), 부패방지법(위례신도시), 특가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성남FC)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결재권자로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결정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쳤고,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인허가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 두산건설 등으로부터 133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로 규정하고,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등과 마찬가지로 독재권력의 정적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에 인멸할 증거가 남아있느냐"며 "부정한 돈은 단 한 푼도 취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이 있는 의원인 만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과반출석 과반찬성)되면 검찰 뜻대로 구속이 이뤄진다. 숫자로 보면 민주당 의원 169명 중 다수가 반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정의당이 찬성으로 방향을 튼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대선공약이던 불체포특권 폐지를 번복한 것도 그렇고 이 제도가 민주화 이후 개인비리 방탄막으로 악용된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따라 새 관행을 확립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 대표 사건이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압인지, 지방단체장의 토착비리인지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와 법리로 다퉈야 한다. 민주당은 ‘정치검찰’의 편파적이고 선택적인 행태를 비판하며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발의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 대표로선 당당히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응하는 편이 책임 있는 자세일 수 있다. 체포동의안 투표가 강행되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과 당원만 바라보고 소신투표에 나서기 바란다. 사실 지난해 8월 ‘이재명 체제’ 이후 민주당이 정책이슈로 정국을 주도한 기억이 미미한 배경도 당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한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문제로 국민 피로감도 쌓일 대로 쌓여 내년 4월 총선의 야권 위기감이 적지 않다. 유력 야당이 건강해야 정부 실정을 견제할 수 있고, 정치도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