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경영계와 노동계가 극한 충돌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 법안이 "불법파업을 조장해 '파업 만능주의'를 부추길 것"이라며 입법 저지에 나섰고, 정부에서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법치주의에 정면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법안 통과를 요구해왔던 노동계는 오히려 "법안 내용이 강화돼야 한다"고 맞선 상황이다.
이제 겨우 소위를 통과했을 뿐인 노란봉투법의 파장이 큰 것은 법이 시행될 경우 경영·노동 현장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환노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둔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들과도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노조 쟁의행위 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넓혔다. 이렇게 되면 하청노동자는 물론 플랫폼노동자나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노조를 구성해 원청과 직접 임금·근로시간 등에 대해 교섭할 수 있게 된다.
정부와 경영계는 더 많은 노조의 '합법 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할 거라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질적 영향력'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원청 입장에선 수십 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할 수도 있다"며 "파업이 더 잦아져 사회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용자 범위를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확대시키는 법안"이라며 "산업현장에 노동분쟁이 폭증해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노동계는 "오히려 파업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당시 사측에서 '직접 대화하고 싶지만 법 위반이라 못 한다'고 했었는데, 노란봉투법이 있었다면 직접 원청과 하청노조가 대화해 문제를 훨씬 빨리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화 창구를 열어 두기만 해도 파업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 제한은 경영계 우려와 달리 '무제한 봐주기' 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할 때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지'를 명확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폭력이나 점거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도 법원이 사정을 정상 참작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애초에 청구액 수준이 높은 데다 판결에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다른 나라의 경우 원·하청 간 교섭을 제도화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입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고유한 노사관계와 노동법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공동사용자'라는 개념을 통해 고용관계를 직접 맺은 당사자에게만 단체협약 관련 의무를 국한시키지는 않는다"면서도 "국가마다 노사관계나 제도적 맥락이 있기 때문에 (노란봉투법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업별 교섭인 우리와 달리 유럽 국가들은 산별교섭 체계"라며 "노조 내에서 (비정규직이나 하청) 문제가 다뤄지기 때문에 원·하청 교섭을 논할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노란봉투법 논란은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 등을 고려해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원·하청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상생구조를 만들기 위해 실천적 노력을 하다 보니 다양한 정책·입법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만의 노력으로 새 밭을 일궈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