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대 비윤' 물고 물리는 난타전 속 '전통 보수' 올인한 황교안

입력
2023.02.16 17:44
金, 安 공세 차단 주력… 黃 맹공엔 스텝 꼬여
安 '총선 승리 후 사퇴' 승부수, 주목도 물음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지난 15일 열린 첫 TV 토론회는 주요 변수로 꼽혀왔다. 당대표 선거와 관련해 양강 후보인 김기현·안철수 후보가 토론을 통해 직접 맞붙는 데다, 친윤석열계 지원을 받는 김 후보와 비윤석열계로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천하람 후보의 토론 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친윤 대 비윤' 구도 속에 김기현·안철수·천하람 후보가 물고 물리는 공방을 벌이면서 '전통적 보수' 정체성에 기댄 황교안 후보가 상대적인 어부지리를 누렸다는 당내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는 친윤계가 앞세운 당정일체론과 관련, 비윤계 주자들의 '여당이 대통령에게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안정 속 개혁'을 내세우며 맞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심동체와 밀당 중 좀 더 비중을 둔다면 밀당"이라며 여당이 대통령실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방어막을 쳤다. 1차 TV토론회 전 불거진 당정일체론을 둘러싼 비윤계 후보들의 공세를 어느 정도 예상한 답변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적 보수 당원 표를 두고 경쟁 관계인 황 후보의 맹공에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황 후보가 TV토론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혹시 (해당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소속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면 (되겠느냐) 국무총리를 지낸 분인데"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후보 측은 16일 "안 후보와 공방전은 잘했는데, 황 후보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안 후보의 승부수는 '총선 승리 후 당대표직 사퇴' 선언이었다. 김 후보 및 친윤계의 '대선주자 당대표 불가론'을 일축하는 동시에 자신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차기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한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상대 후보에게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고 역공의 빌미가 됐다. 김 후보는 "공천을 마쳤으니 (당대표를) 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안 후보 측은 "공을 들인 메시지인데, 의도한 대로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또 안 후보가 '고(故) 신영복 교수를 존경한다'는 내용의 조문록을 두고 상대 후보들이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사람이 죽었는데 '너 잘 죽었다'고 말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박한 것을 두고도 "보다 신중한 표현을 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 후보는 전대 초기부터 주자들의 교통정리에 개입했던 친윤계를 박근혜 정부 시절의 '진박감별사'에 빗대거나, 김기현·안철수 후보에게 대통령의 공천 개입 시 어떻게 대응할지를 물으면서 선명성 전략을 폈다.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을 결집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주도권 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반면 본경선에 진출한 4인의 후보 중 여론조사에서 가장 밀리는 황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강 후보들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4·15 총선 부정 선거 의혹'은 TV토론에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로서 2020년 4·15 총선을 이끌었지만,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당내에서도 황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음모론'이란 비판이 제기됐고,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의 악성 종양과 같은 문제"라고 직격했다.

그러나 황 후보가 전대 과정 중 인터뷰나 연설회에서 '종북좌파, 간첩 척결' 등을 거듭 주장하는 것을 두고 지나치게 색깔론에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