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됩니다. 출시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현대카드'입니다. 그간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과의 거래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현대카드는 1년 전부터 뚝심 있게 밀어붙인 끝에 출시를 현실화했으니까요. 심지어 애플페이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죠. 덕분에 현대카드는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애플페이 문익점'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현재 애플페이로 결제 가능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국내 보급률은 10% 미만이에요. 또 애플에 수수료까지 지급해야 해요. 단말기 보급을 확대해 이용자를 늘려 애플에 주는 수수료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거둬야 하는 셈이죠. 그래서 중요한 조건이 '일정기간 현대카드만 애플페이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독점권이에요. 이것이라도 있어야 현대카드가 재주도 부리고 돈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대카드는 이 독점권을 포기했다고 하네요.
우선 현대카드의 '자발적 포기'였는지 짚어볼게요. 금융당국은 "독점권 포기를 요구한 적 없다"고 일축해요. 그런데 포기를 안 했다면 애플페이가 출시될 수 있었을까요? 분명한 점은 독점권 포기가 없었다면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더 길어질 수 있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현대카드가 독점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는 얘깁니다.
다만 업계에선 애플카드가 출시만 되면 독점권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우세해요. 독점권 유효 기간은 1년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다른 카드업체가 애플과 계약을 맺으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독점권 포기로 현대카드가 현실적으로 손해보는 건 없다는 얘기죠.
대신 현대카드는 출시 '선점 효과'를 누릴 만큼 누리고 있어요.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최근 2,08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187명(57%)이 '현대카드로 애플페이를 이용하겠다'고 밝혔거든요. 경쟁사들이 수수료 때문에 애플페이는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고 하지만,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이상 고객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에요. 현대카드가 깔아놓은 판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주인공인 현대카드 측 얘기를 들어보려 했지만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 줄 수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요. 민간기업인 만큼 '애플페이에서 고립된 한국 시장을 구원하겠다'는 공명심은 아닐 겁니다. 그간 △슈퍼콘서트 개최 △세계 최초 '세로 카드' 발명 △국내 최초 PLCC(스타벅스·무신사·배달의민족 전용 카드) 도입 등으로 톡톡히 누린 현대카드의 브랜딩 효과가 애플페이에서도 재현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