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중간요금제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마자 통신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통신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상반기 중 추가하려는 5G 중간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 40~100기가바이트(GB) 사이다. 지난해 8월 통신3사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데이터 제공량 24~31GB 구간에 중간요금제를 설치했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5G 서비스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9GB 수준으로, 통신사들은 중간요금제를 통해 이 구간을 충족시켰다는 주장이다. 앞서 만들어진 중간요금제 가격은 5만9,000~6만1,000원. 만약 40~100GB 사이 중간요금제가 생기면 가격은 6만~7만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요금제 선택권을 늘리고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간요금제를 더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겉으로는 "정부와 협의하겠다", "필요하다면 중간요금제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내부 분위기는 살벌하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정부 요청에 따라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았는데 또다시 중간요금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자 "정부가 통신사들을 옥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선 통신3사 모두 상반기 중간요금제 신설은 고려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중간요금제 신설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않았다"며 "상반기 중 요금제 신설은 정부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요금제 세분화를 직접 지시한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어떤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중간요금제를 추가하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40~100GB 사이 중간요금제는 소비자 필요보다는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소비자들이 중간요금제가 더 필요하다고 하면 정부가 만들지 말래도 통신사들이 알아서 만든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요금제를 만들어라 지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소비자단체들은 5G 중간요금제 추가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영국이나 독일 등에선 10GB 단위별 5G 요금제가 있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40~100GB 데이터가 필요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값을 주고 100GB 이상 고가 요금제를 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