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지급기준이 뭐냐"며 공정성 시비까지 붙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지시할 정도로 성과급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둬 고액의 성과급을 제공한 기업들은 급성장 중인 배터리, 미래차,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주를 이루지만, 갑작스레 수익을 높이기 힘든 구조인 정유·가스, 금융, 통신 기업들도 적지 않게 포진해있다. 액화석유가스 수입·유통업체인 A사만 해도 경영계 최고 수준인 기본급 1,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성과급은 한 해 동안 쌓은 공적을 인정하는 임금이어서, 논란이 될 소지는 없다. 문제 삼는 부분은 기업 스스로 업적을 세워 수익을 낸 뒤 직원들에게 정확히 배분했느냐에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한 정유사가 2019년 기록한 영업이익은 4,500억 원대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2조 원대 손실을 볼 만큼, 탄소중립 흐름과 겹친 매출 감소, 영업마진 급감 등 구조적 위기에 놓였다. 지금도 이 위기에서 빠져나올 해결책을 찾진 못했지만, 지난해 거둔 수익은 전년의 2배가 넘는다.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4대 금융지주 모두 디지털화와 비대면 전환 흐름 속에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15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리스크 관리만 잘한 덕에 올린 이익으로는 과한 수준이다.
이들 기업은 재화가 오르는 덕을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유사는 미리 수입해놓은 원유 비축분을 지난해 유가급등 흐름에 올려 받으며 정제마진 효과를 극대화했다. 금융사는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빨리 인상해 이자마진을 높일 수 있었다. 불로소득이라는 비아냥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며 경제적 논리에 맞지도 않는 횡재세 부과 검토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민간 주주로 이뤄진 사기업이 이윤추구를 일삼는 행위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국민이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공공재 성격의 재화를 취급한다며 과점형태를 고집하고 위기 때마다 그들 스스로 손을 벌려왔다는 점에 있다.
금융권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 위기에 처했을 때 168조 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으로 버틴 사례는 너무도 유명하다. 이 자금을 한 푼 갚지 않고 또다시 닥친 2009년 금융위기 때 한국은행 등이 조성한 20조 원의 자본확충 펀드로 긴급 수혈을 받기도 했다.
정유업계도 지난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안정된 판매를 보장받았고, 코로나19 대확산 사태 때에는 석유수요 급감으로 위기에 처하자 비축시설 대여료 인하, 품질검사 수수료 유예, 수입판매부과금 징수 유예 등을 요구하며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에 처한 국민을 상대로 역대급 수익을 올린 뒤, 이를 다시 성과급, 거액의 퇴직금 등으로 나눠 가지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어느 국민이 이를 수긍하겠는가.
대통령이 개입한 탓인지 최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취약층에 대한 지원이 시작됐다. 시늉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탐욕에 빠진 이들 기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