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계보 잇는 구창모, 6년 전 한·일전 악몽 떨쳐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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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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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좌완 에이스 구창모(26·NC)가 6년 전 한ㆍ일전에서의 설욕을 다짐했다.

구창모는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열린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아 영광”이라며 “대회 준비 기간 동안 김광현 선배를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며 많이 물어보고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 대회 때마다 왼손 에이스의 활약이 이어졌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류현진(토론토)과 김광현(SSG)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양현종(KIA)이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이들 트리오는 10년이 넘도록 한국 야구를 이끌었다. 오는 3월 8일 개막하는 WBC에서 구창모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구창모는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 프로 데뷔 9년차 구창모는 KBO리그 대표 좌완으로 성장했지만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부상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나선 것이 전부인데 당시 대회 1차전 한ㆍ일전에서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7-8,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 야마카와가 이번 WBC 일본 대표팀에 포함된 것이다. 야마카와는 지난해 홈런 41개를 기록하면서 개인 통산 세 번째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일본 프로야구(NPB) 데뷔 9년 만에 200홈런을 쌓은 대표적인 우타 거포다. 구창모는 “야마카와가 이번 일본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됐더라. 한일전에 등판한다면 꼭 설욕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한국과 일본은 B조에 속해 3월 10일 도쿄돔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구창모는 “당시 던졌던 공도 다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첫 타자에게 2구째 안타, 그 다음 타자(야마카와)에게 초구 직구로 홈런을 맞았다. 3구 만에 2점을 내줬다”면서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구창모는 그러나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2019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10승 7패ㆍ3.20)를 올렸고, 지난해에도 11승(5패ㆍ2.10)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현재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소속팀(NC 스프링캠프)에서 5차례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대표팀에서도 큰 문제없이 실전에 임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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