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12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 유족 40여 명이 희생자 159명을 기리며 159배를 올렸다. 한 시간 뒤면 서울시가 예고한 분향소 강제철거 시한이었다. 유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분향소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1시가 됐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강제철거에 필요한 행정대집행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시의 입장이 바뀐 것도 아니다. 분향소를 사수하려는 유족 측과 허용 불가를 고수하는 당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서울광장의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59배를 마친 뒤 “서울시는 위법한 행정대집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유족 측은 서울광장 분향소는 집회ㆍ신고 의무가 없는 관혼상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시가 철거 시한을 명시한 계고장을 유족 측에 직접 전달하지 못한 만큼, 행정대집행 요건에 미달한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유족들은 합법적인 계고 통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저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병원에 실려가더라도 온몸으로 분향소를 지켜낼 것”이라며 사수 의지를 다졌다.
서울시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철거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추모도 법과 원칙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사실상 강제철거에 돌입하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실제 경찰력이 광장 주변에 배치되는 등 분향소 철거를 둘러싼 충돌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쯤에는 갑자기 경찰이 분향소 근처에 차단벽을 설치해 유족 측과 갈등을 빚었다. 경찰은 이날 저녁 분향소 인근에서 열리는 ‘고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문화제’와 유족 측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벽을 세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철거 사전 작업이라 여긴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유족은 몸으로 직접 벽을 밀다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유족 측 항의로 차단벽이 다시 해체되면서 실랑이는 잦아들었다. 경찰은 서울광장 주변에 경찰 600∼700명을 투입해 혹시 모를 마찰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