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LPG 59만 원, 긴급생계비 100만 원... 고물가 부담 줄인다

입력
2023.02.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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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 대책
올해 대중교통 소득공제 80% 적용
내달 한 달 통신 데이터 30GB 무료

59만 원 상당의 취약계층 대상 난방비 할인이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로 확대된다. 신용도가 낮아 돈을 구하기 힘든 저소득층은 100만 원까지 긴급생계비를 빌릴 수 있게 된다. 올해 신용카드로 쓴 대중교통비의 80%가 소득공제되고, 3월 한 달간 30기가바이트(GB)의 통신 데이터가 무료로 제공된다.

정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물가ㆍ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생계비 △가스와 전기요금 △통신비 △취약차주 금융 등 분야별 민생 부담 경감 및 공공요금 등 물가 안정에 필요한 방안이 패키지로 묶였다.

민생 대책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 때문에 곤란을 겪는 취약계층과 취약차주, 소상공인 등 서민층에 집중된다. 정부는 우선 이번 겨울철에 등유와 LPG를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도 가스요금 할인 수준의 비용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이미 정부는 이달 1, 9일 각각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을 쓰는 취약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간의 난방비를 최대 59만2,000원 일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취약계층만 가능한 전기ㆍ가스요금 분할 납부는 앞으로 소상공인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한 시스템이 전기는 7월, 가스는 12월에 갖춰진다.

깎아 줘도 모자란 돈은 빌려 준다. 직업훈련을 받는 실업자나 저소득 근로자, 임금체불 피해자 대상 생계비 대출 지원이 확대되고, 생활 형편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저소득 예술인에게는 생활안정자금이 추가 지원된다. 연체 등으로 인해 대부업 이용도 힘들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 신용 하위 20%의 취약차주 대상으로는 3월 말부터 ‘긴급 생계비 대출’이 이뤄진다. 연체 이력과 상관없다. 금리는 15.9%에서 시작되지만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9.4%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여력이 크게 부족한 차주의 경우 연체 이자 전액과 최대 30%의 원금이 감면될 수도 있다.

서민ㆍ청년 생계비 부담 완화 방안도 포함됐다. 대중교통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적립 횟수 한도를 월 44회에서 60회로 늘리고, 공제율 80%의 대중교통 이용 신용카드 소득공제 기간을 당초 계획했던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최대 20%의 마일리지를 주고 카드사가 약 10% 추가 할인도 제공하는 교통카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임대료 동결은 1년 연장하고 상반기 학자금 대출 금리도 연 1.7%에서 더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학자금 대출자에게는 생활비 대출을 1인당 연 30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늘려 줄 계획이다.

통신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동통신사가 3월 한 달간 휴대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30GB(LG유플러스는 가입 요금제의 기본 제공량에 해당하는 데이터 쿠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며 수혜자가 3,373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금 없는 데이터 용량 40~100GB 구간 5세대(5G) 요금제가 상반기에 출시되도록 통신사와 협의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은 공공요금이 핵심 타깃이다. 고속도로ㆍ철도ㆍ우편ㆍ광역상수도 등 중앙 공공요금의 상반기 동결 방침을 확정한 정부는 재정 인센티브를 늘리는 식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버스ㆍ지하철ㆍ택시ㆍ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고등어ㆍ명태ㆍ오징어 등 수산물은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가공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주요 식품 원료 할당관세 추가 적용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통신ㆍ금융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업계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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