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산업, 변곡점을 도약 기회로

입력
2023.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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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지난 2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3년 4조 원 시장에서 지난해엔 22조7,000억 원 규모가 됐다. 3만9,000명이던 고용인원도 이제 8만2,000명에 이른다. 한국은 미국, 일본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게임 플랫폼이 아케이드·콘솔에서 PC·모바일로 바뀌는 시기를 잘 공략했다. 또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잘 살린 과금과 수익모델을 조화롭게 운영, 재미와 사업 요소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덕분에 한국 게임은 압도적인 1위 콘텐츠 수출산업이다. K게임 수출액은 2021년 기준 36억5,000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6.5%를 차지한다. K팝(3억6,000만 달러)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방송(2억8,000만 달러)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한국 게임산업이 요즘 불안하다. PC게임 신규 사용자가 줄고 모바일 게임 다양성에 한계가 오면서 성장률이 하락세다. 내수시장에서는 중국업체와, 세계시장에서는 MS·텐센트 등 글로벌 공룡과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 확대로 맞서지만 이 전략은 대작 흥행 실패 시 타격이 크다. 또 개발자 임금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자체 혁신 노력과 정책적 지원이 모두 필요하다. 게임사는 다양한 수익 창출 분야에 투자하고, 자원 배치 능력을 높여야 한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 새 수익 모델을 만들고 미디어 등 이종 산업과 연계를 시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게임산업은 업계 종사자들의 도전 정신과 창의성, 즉 기업가 정신 덕분에 커왔지만 이제 외적 성장에 맞는 선진 경영시스템으로 재정비도 필요하다. 사업 성과 다면 점검, 저작물 단위 자원 계획과 조정을 통한 비용 관리, 고도화된 신사업 투자 결정 시스템을 갖춰야 신작 흥행이 부진해도 여파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자본력 인재 측면에서 뒤지는 현실을 감안한 규제 개선도 절실하다. 곧 인공지능(AI) 엔진이 게임 배경을 디자인·테스트하는 개발 방식이 보편화할 것이다. 기존 인력의 역할, 동기 부여, 업무효율 관리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유연한 고용과 운영도 필요해진다. 선제적인 제도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그 어떤 지원보다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창의성이 중요한 업종임을 감안한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확률 정보 표시 방법 개선이나 자율규제 적용기준 확대 등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주저앉느냐, 재도약하느냐를 결정할 변곡점에 와 있다. 체질 개선과 제도적 지원으로 역동성을 되찾을 때다.


탁진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