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에서 연간 영업이익 20억 원 규모 비금속 광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상훈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월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힌 금액 3억450만 원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사용전력량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지난해 1월 고지된 2억3,700만 원보다 6,760만 원이 더 나왔다. 비금속광물제조업은 광산에서 채취한 석회석을 잘게 부숴 공급하는 업종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많다.
이 이사장은 24시간에서 전력사용비가 더 저렴한 야간 시간대 위주로 공장을 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1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타산이 안 맞으면 결국 공장가동률을 낮추는 방법뿐"이라며 "자연히 매출도 감소하고 인력도 줄일 수밖에 없어 기업 운영이 어려워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1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중소기업들이 시름하고 있다. 지난달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이른바 '난방비 폭탄'에 이어 전기요금도 크게 오르면서 '전기료 폭탄'이 연이어 터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6.6원 올린 데 이어 올해 1월 또다시 13.1원 인상하면서 전기를 주 연료로 쓰는 금속가공·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 중소기업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열처리 업체 삼흥열처리의 주보원 회장도 1월 전기요금 고지서에 지난해보다 7,000만 원이 오른 2억6,000만 원이 찍힌 것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한다. 지난해 네 번이나 오른 것도 모자라 1월 또다시 요금이 뛰면서 전기요금이 지난해와 비교해 약 33%가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전기를 동시에 쓰는 기업들의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조시영 동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기요금, 가스요금, 고금리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나만 오르면 다른 것으로 대체라도 해볼 텐데 에너지 연료비가 모두 오르니 속수무책"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할 때 더 비싼 요금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같은 산업용 전기지만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고압 A와 대기업이 주로 쓰는 고압 B·C의 평균 판매 단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전압의 전기(고압 B·C)를 공급받기 때문에 변압설비가 덜 투입돼 그만큼 구매 단가가 낮다"며 "반면 중소기업이 쓰는 고압A는 더 낮은 전압이라서 전압설비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요금도 더 높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발전연료비 상승이 곧바로 납품단가 인상으로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4일부터 원청업체·하청업체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납품 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행되지만 연료비나 인건비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다. 주 회장은 "열처리 공장은 주 원료가 전기인데 연동제 적용에는 포함되지 않아 연료비도 적용시켜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발표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은 전기료 인상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전기료 부담이 제조업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 전용전기요금제를 만들고 납품대금 연동제 협의 사항에 발전 연료비를 포함하는 등 특별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