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본경선이 김기현·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천하람·황교안 후보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천 후보는 자신과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안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반면, 황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결선 진출을 둘러싼 양측의 득실 계산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 후보는 1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때려줘서 반사효과를 봤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빠질 거라고 본다"며 "(안 후보와) 2주 후에 지지율 '골든크로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안 후보의 지지층이 일부 중첩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지지율 역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안 후보는 입으로도 개혁을 못 한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쓰지 말라고 하니까 안 쓰겠다 하고,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도 안 쓰겠다 한다"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 후보를 별로 찍고 싶지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비윤계' 표심을 최대로 끌어모아 결선 진출을 노리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힌 데 이어, 안 후보에게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가 아니라는 딱지를 붙인 데 대한 당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안 후보가 친윤계 압박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주춤하는 사이 '비윤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선택을 망설이고 있는 당심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포석이다.
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컷오프에서 안 후보와 천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다고 파악하고 있다. 본선 2위로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고, 윤핵관에 날 세우지 못하고 있는 안 후보에 비해 '개혁성'과 '선명성'에서 앞서는 천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후보는 김 후보를 감싸면서 대립각 세우는 일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그는 전날까지 페이스북에 "김 후보는 늘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어 정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진, 김연경씨에게까지 기댔다"고 비판했지만 돌연 게시글을 삭제했다. 대신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안철수 당선 시 대통령 탄핵'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김 후보의 발언은) 안 후보의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두둔했다.
황 후보가 천 후보와 달리 '김기현 때리기'에 몸을 사리는 것은 이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성보수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 후보의 메시지는 중도 성향 당원의 지지세가 강한 안 후보나 천 후보를 공격할 때 도드라지는 특성이 있다. 자신을 '정통보수'로 자처하며 연일 선명한 보수적 색채를 드러내는 김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울수록 표심 확장은커녕 '제 살'만 깎아 먹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김 후보를 공격할 경우 '윤심'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본선에서 '유의미한 3등'을 기록해 몸집을 키운 상태에서 김 후보를 돕는 게 영향력 과시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선 완주가 목표"라며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존재감 부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