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하타이주(州)의 작은 도시 에르진시(市)의 외케스 엘마소글루 시장은 11일(현지시간) 보도된 유럽 뉴스 전문채널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집어삼킨 대지진 참극에서 에르진 시민은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심지어 중상자조차 에르진에선 나오지 않았다.
12일 기준 에르진시가 속한 하타이주의 사망자는 최소 2,000명에 달한다. 더구나 이곳은 최대 피해 지역인 아다나와도 9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접경국 시리아까지 강타한 지진이 에르진만 피해갔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4만2,000명의 시민 중에서 사망자도, 중상자도 '0명'이라는 건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엘마소글루 시장이 강조한 것은 단 하나, '원칙'이었다. 그는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시장에 당선되자 건축물 관련 민원이 수없이 들어왔다. 자신의 (불법 건축) 건물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취지였다. 나는 원칙대로 '절대 안 된다'고만 답했다"고 밝혔다.
엘마소글루 시장이 당선된 2019년은 튀르키예에선 내진 규제 강화법이 통과된 직후다. 법의 골자는 '지진 취약 지역의 건축물에 고품질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이를 철근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9년 북서부 대지진(1만7,000명 이상 사망) 이후, 튀르키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최신 보완판'이다. 만약 지진 피해 지역들에서 이 법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인명 피해 규모도 지금보다는 적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엘마소글루 시장도 원칙을 지키지 않은 공무원들을 꾸짖었다. 그는 "모든 공무원과 시민은 이제라도 의지를 갖고 건물 검사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번 지진에서 교훈을 얻어야만 다시는 이런 대재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2일 기준 튀르키예의 사망자 수가 2만9,60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3일 기준 시리아의 사망자 현황(4,574명)과 합치면 이번 대지진에 따른 양국 사망자 수는 3만4,179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