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석열 대 비윤석열' 구도로 치러지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수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는 당원 1명이 2표를 행사해 4명을 선출하는 방식인 데다, 2년 전에 비해 당원이 2.5배 늘어나 유불리를 따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김용태·허은아 후보는 확실한 '비윤' 후보로 분류된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두 사람은 천하람 당대표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천아용인'이란 이름으로 팀을 이뤄 공동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이 전 대표나 천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 입장에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비윤' 최고위원 후보 2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 쪽은 다소 상황이 복잡하다. 확실한 친윤 후보로 분류됐던 이용·이만희 의원 등이 컷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범친윤으로 분류되는 김병민·김재원·민영삼·조수진·태영호 후보가 본경선에 올라왔다. 이들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친윤 성향 당원들의 표가 분산되거나 특정 후보에게 과도하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가 전날 친윤 후보 측이 당협·지역별 '표 분산을 위한 작전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공개하며 "분산투표 해 주면 오히려 고맙다"고 꼬집은 이유다.
이 같은 선거 구도가 실제 비윤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대에서 최고위원 선출자 중 가장 낮은 득표율은 정미경 전 최고위원의 11.21%였다. 당원 1명이 2표를 행사한다는 점으로 고려하면, 투표자 5명 중 1명 이상에게 표를 얻어야 최종 4인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가운데 이 전 대표 쪽 후보를 지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전대에 비해 50만 명 이상 급증해 80만 명에 이르는 당원 규모도 변수다. 특히 해당 기간 입당한 당원 중에는 2040세대 비중이 높아 과거와 같이 조직 동원의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친윤 후보 측에서 문자를 보낸다고 해서 당원들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라며 "당원 규모가 8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조직표의 위력은 이전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