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화’나 ‘고전’으로 대접받는 옛것들 중에는 시대적 변조장치를 거치지 않고 수용하기 껄끄러운 것들이 적지 않다. 시대적 가치관과 사회 제도, 문화, 관습 등이 직설적으로 담겨 있는 서사문화가 특히 그렇다. 300년 된 고소설 춘향전이나 채 100년도 안 된 근대문학의 미학과 가치관이 더러 비위에 거슬리는 게 그 때문이고, 세계적 동화작가 그림 형제의 대표작들도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나기 위해 설정과 서사 일부를 손봐야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최근 연출한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을 둘러싼 논란도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아오모리현의 만 16세 두 소녀가 ‘마이코-게이코’가 되기 위해 교토로 나와 꽤나 고된 예능 수련을 받으며 겪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다. 한 소녀는 춤에 소질이 없어 마이코 수련생들의 합숙소 요리사가 되지만 다른 소녀는 결국 마이코로 데뷔한다. 만화원작의 드라마는 그렇게 두 갈래, 식탁 이야기와 마이코 이야기로 번갈아 전개된다.
마이코(舞妓)는 점잖게 표현하자면 일본 전통 연회에서 춤과 노래,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흥을 돋우는 예인. 에도시대부터 정착되기 시작했다는 그 직종은 하지만 술자리에서 남자를 상대로 돈을 버는 일이어서 대체로 천하게 여겨졌고, 종사자는 수련과정서부터 학대와 착취, 성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폭력에 노출되곤 했다고 한다.
마이코가 경력을 쌓으면 게이코(芸妓, 또는 게이샤)가 된다. 근년의 직종 환경은 예전과 사뭇 다르고, 매매춘은 업계 규율로 엄격히 금지되며, 전통의 계승자라는 종사자들의 자존감도 여느 예술인 못지않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드라마로 부각하고자 한 것도 그런 면이었겠지만, 일부 시청자는 유흥-화류문화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1904년 2월 17일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초연됐다. 결혼-배신 끝에 자결로 생을 마치는 어린 게이샤 초초상(나비부인)의 잔혹사를 서사로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