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흘 연속 '미확인 비행 물체' 격추...중국의 간보기? 미국의 과잉 대응?

입력
2023.02.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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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접경 휴런호 상공서 비행체 격추
지난 9일 사이 4번째 작전...안보 불안 고조
중국 의도된 작전 확인 시 미중 관계 악화
중, "미확인 비행체 격추할 것" 맞대응 시사

미국이 12일(현지시간) 캐나다 접경 지역 휴런호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object)를 격추했다. 10일부터 사흘 연속, 지난 4일 중국 정찰풍선부터 따지면 아흐레 사이 4번이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전투기를 동원한 비행체 격추 작전에 나선 것이다. 격추된 물체들이 중국의 정찰용 비행체로 밝혀질 경우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도 자국 앞바다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를 발견했다며 격추를 예고했다. 이 비행체가 미국산이라면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는 셈이어서, 양국 관계가 급랭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캐나다 접경서 4번째 비행체 격추

미 국방부는 이날 오후 2시 42분 미시간주(州) 휴런호 2만 피트(약 6㎞) 상공에서 비행하던 물체를 F-16 전투기를 동원해 AIM-9X 열추적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국방부 관리를 인용,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군 지도부의 충분한 주의와 권고를 듣고 미확인 물체를 격추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군 NORAD는 11일 밤 몬태나주의 민감한 국방시설 인근 상공에서 이동하는 비행체를 레이더로 감지했지만 추적에 실패했고 다시 12일 위스콘신과 미시간 상공에서 이를 발견해 미사일로 떨어뜨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 연방항공국(FAA)이 미시간 인근 상공에 비행 제한 조치를 내렸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이 비행체는 지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아니었지만 고도와 경로가 민간 항공기에 잠재적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격추가 결정됐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비행체에는 카메라나 센서 등은 달려 있지 않았고 처음 발견된 정찰풍선보다 작은 크기의 ‘8각형 구조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주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발견했지만 안전과 정보 확보를 이유로 즉시 격추하지 않았고, 이달 4일 동부 대서양 해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공에 이르러서야 이를 격추시켰다. 이어 10일 알래스카, 11일 캐나다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잇따라 발견하고 작전에 나섰다.


4일 중국 정찰풍선 격추 후 미군 레이더망 강화

첫 정찰풍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의 비행체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는 즉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는 (2번과 3번 비행체가) 둘 다 풍선이라고 생각한다”며 “(4일 격추된 정찰풍선보다는) 훨씬 작다”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세 비행체가 크기와 속도, 바람과 함께 이동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구체적 특징은 잔해를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또 특정 국가 비행체로 단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은 비행체가 외계에서 왔다는 어떤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4일 정찰풍선 격추 후 중국이 그동안 남부 하이난성에 정찰기구 기지를 만들어 5개 대륙 40개 국가에 정찰 비행체를 보내 왔다고 규탄했다. 이번 비행체 역시 중국의 감시ㆍ정찰 활동 일환으로 밝혀질 경우 미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중국이 미국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저강도 도발에 나선 데 대해 미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이를 격추한 것은 강력한 경고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전에 비해 미군 레이더 감시망을 강화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WP는 10일과 11일 비행체 감지는 레이더와 감지기에서 얻은 추가 정보 결과라고 전했다. 이른바 ‘필터 개방 효과’라는 것이다. 풍선처럼 저속으로 비행하는 물체는 과거 같으면 레이더로 정밀 추적을 하지 않았는데 4일 격추 사건 이후 저속 물체도 감지할 수 있도록 설정을 바꿨고 그 결과 미확인 비행 물체가 잇따라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해군과 해안경비대를 동원해 3개의 비행체 수거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잔해 수거 후 분석이 이뤄져야 정확한 비행체 출발지나 종류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