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심해진 '단절 사회'… 주변서 도움 받을 사람 크게 줄었다

입력
2023.02.12 17:25
8면
'아플 때 도와줄 사람' 15%p↓'큰돈 빌릴 사람' 24%p↓ 
인간관계·일상회복 정도 사회·경제적 지위 낮을수록↓

아파도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상대가 없는 '단절 사회', 3년 넘게 코로나19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우리 사회의 고립 문제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적 고립은 더 심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2일 '코로나19 사회 통합 실태 조사' 결과가 담긴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6월 18일~8월 30일 전국 19~75세 남녀 3,9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연구진은 큰돈을 갑자기 빌릴 일이 생길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가족 외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존재하는지,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 사회 구성원 간 관계 수준을 살펴봤다.

"가족 외 이야기 나눌 사람 있다" 상층은 92%, 하층은 72%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은 지난해 67.98%로 2017년(83.64%)보다 15.66%포인트 떨어졌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85.44%로 2017년(91.54%)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7.31%로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7년에는 71.51%였는데, 24.2%포인트나 급감했다. 세 항목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소득이 적고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고 생각할수록 세 질문에 대한 동의율이 낮았다. 상용직보다 임시 일용직의 동의율이 낮았는데,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할수록 사회적 고립을 겪는 셈이었다.

자신을 계층으로 구분할 때 '하층'이라고 여기는 사람 중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2%였으며, 이는 '중산층·상층' 중 그렇다는 응답자(92.44%)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 역시 임시 일용직(55.18%)과 상용직(72.78%) 사이에 큰 격차가 나타났다. '큰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는 대답은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는 27.94%에 불과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62.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응답자 42% "코로나 이후 혼자 있는 시간 늘어"

이처럼 사회적 고립이 심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로 주변 사람과의 교류가 끊기며 인간관계가 단절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응답자의 67.5%는 '친한 친구나 친한 사람과의 교류가 줄었다'고 답했고, 61.7%는 '가족 및 친척들과의 교류가 줄었다'고 했다. 41.6%는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지지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의 점수를 매기게 했더니 평균 5.71점이 나왔다. 10점에 가까울수록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건데, 2017년 5.94점보다 하락했다. 응답자의 20.62%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우울감이 늘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더뎠다. '일상을 얼마나 회복했다고 생각하는지' 수치화하도록 했더니, 평균 6.05점(10점 만점)이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의 일상회복 점수는 평균보다 높은 6.37점이었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점수가 떨어졌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5.85점에 그쳤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6.45점이었지만, 하층이라고 답한 이들은 5.73점이었다.

류호 기자